믿지 않는 사람도 절박한 순간에는 기도를 하게 된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일까.
기도는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기댈 곳을 찾는 인간의 본능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는 그 본능을 가장 숭고하고 단정한 언어로 표현한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이 기도는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
대신, 마음을 움직인다.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를 쌓지 말고, 불안 위에 평화를 쌓기를 바라는 마음은, 치유가 된다.
감정의 방향을 바꾸고, 마음을 환기시키고, 고립된 자아를 다시 세계와 연결하는 치유의 힘.
기도가 시가 될 때 기도는 종교의 언어를 넘어 회복의 언어가 된다.
아침의 향기 /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그런 의미에서 이해인 수녀의 시 ‘아침의 향기’는 아침마다 암송하고 싶은 기도 시이다.
수녀님의 시에서 기도는 종교 의식이라기보다 불안한 마음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준다.
지나치기 쉬운 아침의 향기 하나에도 감사하려는 마음, 불완전한 하루 앞에서 잠시 멈춰 서는 평화, 이런 작은 호흡들이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