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을 걷듯이

by 투스틴


요즘 대부분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다는 둘레길은 보통 걸어서 돌아다닐만한 장소들을 한 바퀴 연결시켜 놓은 걷기 좋은 길이다.


나는 그나마 움직이는 일(?) 중에서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한다. 이유는 근육을 많이 쓰거나 허파가 압박받는 행동들이 왠지 싫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으면 살만 찌기에 뭔가 움직여야겠고 해서 종종 둘레길을 걷는다.


둘레길 선호는 내 취향과도 맞물려 있다.

극한으로 자신을 몰아넣거나 한 번에 집중해서 일을 처치(?)하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끈적하게 무리 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 천성이 변수와 예측 어려운 상황을 싫어하고 갑작스러운 결정을 회피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내 삶이 둘레길 걷듯이 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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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다음 순간이 필요 없는 것처럼 100m 달리기를 하듯이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단시간에 쏟아붓고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삶 이나,

42.195km를 수 시간 안에 빠른 속도로 달려 마지막 남은 에너지까지 모두 짜내어 결승점을 통과하는 마라톤 같은 삶 말고...

쫓고 쫓기며 등수를 나누는 경기가 아닌 유유자적, 안분지족, 안분낙도, 목가적 삶을 추구하고 싶다.


뭔가 순간순간 마지막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인생이지만 늘 그다음 스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끝이 아닌 연속이 삶의 본질인 것 같다. 나는 삶이 둘레길을 걷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둘레길을 한 바퀴, 두 바퀴...계속 도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전력을 다해 달릴 이유도 빠르게 달려 결승점(사실은 새로운 시작점인)에 도달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냥 눈앞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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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걷다가 멈춰 서서 주변 경치와 변화도 감상한다면 어떨까? 길이 계속 이어진 것이라면 가끔 벌어지는 의도치 않은 불운 혹은 기대치 않은 행운도 차분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길을 잘 걷기 위해 든든하게 먹고 준비 운동을 하고 신발을 고쳐 신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들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삶의 불확실성을 믿을 수 없다면 반복의 확실성(물론 약간의 불확실성)을 믿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오늘도 둘레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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