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라고 꼭 나이를 먹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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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thday, Kerrie!
교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이 내게 달려와 와락 안긴다.
How old are you?
How old do I look?
Two!
두 살 아이들의 세상에선 모두가 두 살이다.
No, she is five! Like my brother!
곧 세 살이 되는 아이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제 나는 아이의 오빠와 동갑인 다섯 살이 된다.
How old is Kerrie?
평소 궁금증이 많은 한 아이는 다른 선생에게 내 나이를 묻는다. 한참을 선생과 속닥이던 아이가 돌아와 친구들에게 외친다.
She is twenty one!
재치 있는 동료 선생 덕분에 이제 나는 스물한 살이 된다. 절반 가까이 깎은 나이가 좋은 건 나 하나뿐. 21이라는 숫자가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금세 흥미를 잃고 각자 놀이에 빠진다.
I made a birthday cake for you!
Cloud dough로 만든 케이크 위에는 두 개의 초가 세워져 있다. 내 나이는 다시 두 살로 돌아간다. 우리는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초를 끄는 시늉을 한다. 케이크를 한 입 떠먹는 척할 때는 최대한 크게 입을 벌린다. 대충 오물오물거리면 아이들은 쉽게 실망하고 만다.
Wow! It's so yummy!
접시를 비우고 부른 배를 두들기면 아이들은 까르륵, 숨이 넘어가라 웃는다. 깃털처럼 사소한 것에도 울고 웃을 수 있는 나이. 두 살이 된 나도 아이들과 함께 신이 난다.
낮잠을 자고 난 오후가 되면 아이들은 다시 내게 물을 것이다. How old are you? 그리고 우리는 오전에 한 일들을 반복하겠지. 내가 두 살인지, 다섯 살인지를 두고 몇몇 아이들이 말다툼을 벌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함께 생일 케이크를 만들고 축하 노래를 부르겠지만. 밀가루로, 혹은 모래로. 셀 수 없이 많은 생일 케이크를 받으면서 나는 정작 내 나이를 잊는다. 나는 두 살이었다가, 다섯 살이었다가, 그리고 스물한 살이 되기도 하는 오늘 하루가 즐겁다.
** Cover Photo by Jason Leung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