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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선 Apr 04. 2019

08. 주인은 저입니다만

고양이가 표현하는 이야기

    하랑이는 표현을 참 잘하는 고양이다. 배고프다고, 물달라고, 화장실 치워달라고, 놀아달라고 등 본인에게 필요한 표현 말고도 나를 좋아한다는 표현도 잘한다. 자다가 내 두피에 꾹꾹이 하는 일은 다반사고 새벽에 눈뜨면 꼭 내 옆 어딘가에서 어느 한 부부을 나에게 붙여놓고 자고있다. 그것이 발, 이마, 꼬리 어느 곳이든 상관 없다. 그냥 나에게 붙어있기만 하면 된다.


    어렸을 때 부터 내가 하랑이에게 말을 많이 걸어서 그런가 하랑이도 말이 참 많은 편이다. 본인이 원하는게 있으면 꼬박꼬박 야옹, 야옹하고 말을 하거나 내가 안듣는다 싶으면 와서 발로 건드리며 요구한다. 평상시에 제일 많이 하는 요구는 쓰다듬어라 닝겐! 이지만, 놀아달라는 횟수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어느날 하루는 새벽부터 하랑이가 엄청나게 울어댔다. 잠에서 깰 수 밖에 없던 나는 침대에 앉아서 김하랑 이리와, 하고 불렀고 하랑이는 내 앞에 와서 앉았다.

 "뭐가 불만이야 말해봐" 

 "야옹"

 "밥이 없어? 줄게. 물은 물도 갈아줘?"

 "야옹!"

 "다른거 필요한건 없어?"

 "우와웅!"

 그렇게 밥을 주고 물도 줬다. 화장실을 전날 깜빡하고 안치우고 잤더니 화장실도 치워달라는 것 같아 화장실도 치워주고, 다시 자려고 누웠다. 그 때 챱챱챱챱 소리가 들렸다. 물을 마시고 있었다.

 물마시고 밥먹고 화장실도 간 하랑이는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져서 머리 위에 와서 다시 잤다. 필요한걸 말하고, 그걸 알아듣는 집사. 이것이 11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유대감일까.

    붙어자는걸 좋아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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