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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선 Apr 06. 2019

09. 책임을 묻습니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내가 김 씨어서 하랑이에게도 김 씨를 부여했다. 김하랑. 이게 하랑이의 풀네임이다. 이것 때문에 대학 동기는 배를 잡고 웃었었다. 와, 김하랑이래. 진짜 가족이야? 동생이네 하면서 엄청나게 비웃었다. 그때 당시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빴다. 내가 내 고양이에게 내 성을 부여하는 게 이상한 건가? 하고 사람들에게 하랑이 이야기를 할 때 웬만해서는 ‘김하랑’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비웃음을 더 살까 봐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나에게 하랑이는 가족이다. 나름의 이유로 고양이를 더 과잉보호하는 것도 있지만, 조금 극성으로 아이들을 돌보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나에게 너무 소중한 가족이다. 고작 비웃음 때문에 응, 가족이야!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한 것은 아직도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그윽-

    회사에서 UX팀 팀장님과 고양이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팀장님이 정말 자연스럽게 고양이에게 본인 성을 붙여서 이야기하셨다. 나만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구나! 하는 괜한 동질감이 들기도 하고 전에 받은 비웃음이 싹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럼, 가족이니까 내 성을 붙여서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거지! 하고 이제 타인 앞에서도 당당하게 김하랑이라고, 김봄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후에 그 대학 동기의 이야기를 들었다. 길냥이를 집에 들였다가, 다시 길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책임감에 혀를 내둘렀지만 직접적으로 말할 계기가 없어 얘기하지 못했다.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어서 그렇게 반응했었구나, 그에게 고양이는 그저 그런 존재니까 성을 붙이는 것조차도 이해하지 못했구나, 하고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장난감을 노리는 눈빛


    한 생명을 내 손으로 데려왔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받는 감정들을 책임감과 사랑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좋은 날은 없을 것이니 안 좋은 감정을 받는다고 해도 나는 사랑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다. 혹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엄청난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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