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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선 Apr 07. 2019

10. 컵히가 아니라 커피에요

고양이 피부병 걸렸었던 이야기

     하랑이는 목과 어깨 사이에 어느 부분들만 털이 안난다. 덕분에 러시안블루의 속살은 흰색이란 것을 알 수 있지만, 상처에 취약하다.

 하랑이를 입양할 당시 펫샵에서는 ‘어렸을 적 예방접종을 잘못맞아서’ 이런 부분이 생긴 것 이라고 했다. 거의 11년동안 그렇게 믿고 살았다.

 

    하랑이 피부가 모기물린 것 처럼 부어올라 병원에 갔다. 아무래도 사료알러지인 것 같다고 이야기 하고 진료를 보다가 의사선생님이 여기는 왜그래요? 라고 말씀하셔서 아주 당연히 위와 같이 말씀드렸다. 그런데, 의사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기는 예방접종 놓는 위치가 아니에요.”

네?

“아마 어렸을 적에 피부병을 심하게 앓았을거에요. 그래서 털이 안나는 것 같은데?"


     아, 그동안에 예방접종의 흔적이라고 믿고 있던게 조금 억울해졌다. 피부병이라니. 건강한 하랑이와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그런 아이에게 안맞는 사료를 먹여 또 피부병을 일으키다니!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졌다. 그리고, 바로 정수기를 바꿔주고 사료를 바꿔줬다. 혼자 자책하며 분노의 공부를 하고있을 때 하랑이가 와서 마치 괜찮다는 듯 얼굴을 비볐다.


     털이 안날 만큼의 고통이었으면 얼마나 아팠을까 라는 생각에 안쓰러워졌다. 김하랑 성격에 상품 가치가 떨어지니까 싸게 데려가라고 했던 것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니 둘 다 좋아했을 거란 생각에 화가 나기도 했다. 이제 나와 있으니 괜찮다고, 앞으로 두번다시 그렇게 아플 일은 없을거라고 이야기 했지만 알아 듣고도 무시하는건 고양이의 본성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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