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과의 인생 상담
IT회사에 재직중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아직 디자이너인지 잘 모르겠다. 나의 생각을 가지고 나의 아웃풋을 만들어 내는게 디자이너라고 생각했는데 클라이언트의 요구대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아웃풋을 내는게 디자이너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학생일 때, 시간표를 짜며 교양 두개를 넣었는데 그 두 강의의 교수님이 같은분이셨다. 한 자리에 4교시 내내 앉아있으니 교수님께서도 흥미가 생기셨는지 너는 왜 이걸 두개씩이나 듣니? 하고 물어보셨고, 그게 말문이 트는 계기였다. 계기를 지나고 교수연구실에도 놀러가는 제자가 되고나서 잠깐 상담식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야기는 끝나고 일기장에 적어놓은 것을 발췌했다.)
: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냐?
저는 저만 노력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 인생의 비밀을 너무 빨리 알았네. 졸업하면 뭐할거냐?
아빠는 유학가라고 하시는데, 저는 제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안가려고 해요.
: 집에서 돈 대준다는데 안가는건 바보 아냐?
제 눈에 보이는 집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아서요.
: 유학을 간다면 뭘 하고싶은데?
진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 그럼 지금까지 거짓으로 얘기했냐?
아뇨 그건 아니구요(웃음) 전 제 손으로 제 이야기를 담아내는 제작자, 창작자가 되고 싶어요.
: 왜?
제 주변에 취업한 사람들 보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공장처럼 찍어내잖아요.근데 제가 그런걸 원해서 이 과를 온건 아니거든요.
: 그래? 교단에서 사람들을 보다 보면 보여. 근데 넌 니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밤이고 낮이고 그것만 할 애야. 너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아. 그리고 니가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건 넌 지금 다른 애들보다 뭘 어떻게 노력해야하는지 알고있다는 거니까 다른 애들보단 훨씬 나은거지. 남들 잘 때 공부하고 남들 공부할 때 자. 니 두뇌 패턴이라는게 있잖아? 잘살고 있네 너는.
전 스토리 텔링 부분이 약한 것 같아요. 제 이야기에 당위성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런 것들을 부여하는 그런거?
: 그럼 책을 많이 읽어. 내가 쓴 책을 다 읽어(웃음) 니가 뭘 표현하고 싶은지를 알려면 그동안 사람들이 어떻게 표현해 왔는지를 먼저 봐. 머리를 먼저 채워. 머리를 안채우면 넌 니 분야에서 그저 그런 사람밖에 안되는거야. 제작을 잘 하는건 누구나 할 수 있어. 근데 그게 어리석은거야. 거기에 니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가치관을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인생이고 그걸 대중들이 좋아하기만 한다면 그건 성공한 인생인거지.
교수님, 저는 지금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들어주긴 하지만 제 생각을 조금은 녹여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런데 아직 디자이너는 아닌 것 같아요. 제 생각이 온전하게 들어간 아웃풋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거든요.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이니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