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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선 Apr 16. 2019

12. 주인이 시끄러운 공간

고양이랑 대화하는 이야기

    

    하랑이는 표현하길 좋아하는 고양이다. 그것이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무조건 표현한다. 그런 하랑이가 온몸으로 화낼 때는 바로 내가 회식 갔다가 늦게 들어왔을 때다. 언제나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방 앞까지 마중 나오는 하랑이가 꼬리를 내리고 귀를 내리고 어마무시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절대 물지 않는 고양이지만, 가끔 내가 너무 심한 장난을 치거나 기분이 나쁠 땐 가끔씩 물려고 한다. 발톱깎거나 양치할 때 제일 많이 물려고 한다. 평소에 하랑이가 싫어하는건 절대 하지 않지만 그 두 개 만큼은 포기하지 못한다. 하랑이가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표현만큼 대답도 잘하는 고양이라, 마법의 하랑고동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하랑아 야옹 하랑아 야옹 나는 니가 좋아 갸르릉 으로 대답해주는 고양이라서, 내가 하랑이 앞에 있을 땐 왜인지 모르게 말을 조심하게 된다, 나의 모든 이야기를 다 하랑이가 듣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슨 말을 할 때 조금씩 두렵다. 내가 조금이라도 하랑이를 귀찮아 하는 티를 낸다면 분명히 하랑이는 알아 들을 테니까. 그래서 하루에 몇번씩이고 나는 니가 좋아, 건강해야해, 아프면 꼭 티를 내줘. 하고 부탁한다. 고양이는 아파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집사의 관찰력으로 아픈 것을 알아채야 한다. 근데 하랑이가 먼저 말해줬으면 하는 건 내 욕심이겠지.


    대답 잘하는 고양이와 같이 산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이제는 하랑이의 목소리와 톤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챌 수 있을 정도가 됬다. 조금 크게 울면 불만이 쌓인거고, 날 쳐다보며 작게 울면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허공을 보며 크게 울면 심심해서 놀아달라는 뜻이고, 약간 억울하게 울면 밥이나 물이 없다. 11년 같이 살면 이정도 의사소통은 되겠지, 하는 서로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의사소통이 되는 것일까 싶다,


    하랑이 피부에 뭐가 나서 내일 또 병원을 가기로 했다. 제발 큰 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근데 왜 이런 아픈건 나에게 말을 안해주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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