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웨딩 준비하기 #2
앞서 말했듯 우린 장거리커플이었다. 평소 내 입으로 '극한의 효율충'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나는, 직접 눈으로 보고견적을 받는 일은 돈도, 시간도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남들은 발품팔 때 나는 손품을 팔았다.
1) 스프레드 시트에 여러 항목들을 만들었다.
필요한 정보를 찾고, 도움될만한 것들은 모두 스프레드시트에 작성했다. 나중에 이 시트는 축의금 리스트까지 한번에 볼 수 있는 우리만의 결혼정보회사같은 느낌이 되어버렸다.
2) 예식장에 대해 원하는 조건들을 먼저 생각한다.
우리가 예식장을 찾을 때 최우선으로 뒀던건 주차와 밥 이었다. 우리는 그 날 우리 앞으로 잘살게용! 하고 지나가는 날이니 뭐 이쁜 신부대기실, 높은 천장 등 예식장의 조건들에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그렇다고 내가 예식한 곳이 안이쁜건 아니었다), 회사다닐적 유부남분들이 나에게 제발 결혼 비용 아껴서 신혼여행에서 돌아올 때 가방사세요, 결혼준비 하다가 100만원 아끼면 55인치 TV가 생겨요 등 정말 현실적인 조언들을 들은 뒤라 우리는 무조건 주차와 밥에 포커스를 두고 찾기 시작했다.
혼잡하지 않은 것도 조그마한 조건이 되었다. 주차와 밥이 각 1씩 이라면 혼잡하지 않은 것은 .5 정도..?
3) 구글엔 모든 것이 있었다.
구글에는 모든 정보가 있었다. 내가 가지 않아도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볼 수 있었고, 단점과 장점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물론, 찾고 읽어보고 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다.
찾은 정보들은 이름, 주소, 전화번호, 대관료, 식대, 기타, 이벤트, 웹사이트, 비고란 까지 해서 시트에 정리했다. 식대나 대관료는 예식장에 직접 가거나 전화하지 않는 이상(전화해도 와서 상담받으시라고 한다) 공개하지 않는 정보라서 막막했는데, 구글엔 다 있더라.. 전능하신 구카르트여 영원한 빛으로 날 구원하소서
물론 구글에 한번에 딱 하고 나오지는 않고, 검색을 많이 해야 나오는 정보들이었다. 비밀댓글 남기면 견적을 알려준다고 하는 블로거들도 있더라. 참 친절하신 분들..ㅠ
식사같은 경우에는 구글 리뷰를 많이 참고했던 것 같다. 구글 리뷰는 정말 냉철하신 분들이 작성하기 때문에 추세를 알 수 있다. 어디가 몇월 몇일까지 맛있었다가 최근에 맛이 없어졌구나. 하는 그런것들..
물론 사람 입맛은 상대적이어서 리뷰를 백프로 신뢰할 순 없다. 그래도 참고는 된다. 지금와서 브런치 쓰려고 내가 결혼한 예식장 구글 리뷰를 다시 봤더니 개판ㅇ잖아ㅋㅋㅋㅋㅋ 몇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니..?
모든 정보를 합해서 본 뒤 마음에 드는 곳 단 한 곳을 정해서 답사를 갔다. 우리가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견적을 확인 받는 시간을 갖고, 웨딩홀도 직접 눈으로 보고 음, 사진과 똑같군. 이라고 생각하며 계약서에 서명하고 나왔다.
웨딩홀 계약이라니, 정말 결혼하는건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