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웨딩 준비하기 #3
신혼여행지
집에 있는 고양이 두마리 덕분에 2박3일 이상의 여행지는 안가는게 우리끼리의 국룰이었다. 제일 오래 떨어져본게 회사 워크샵 간다고 3박5일 떨어져있던거? 그와중에도 주말엔 남편이 자취방으로 올라와서 고양이를 봐주고 갔었다. 고양이호텔에 맡길만한 성격들도 아니고, 고양이호텔에 어찌저찌 맡긴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적응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이만~~~큼 받아올게 뻔했다. 그래서, 신혼여행도 2박3일로 정했다.
처음엔 괌으로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5월에 상해를 가면서 알게된 남편의 병명이 있었다. 항공성중이염...
상해에 있는 내내 귀가 멍하다고 했으며, 상해에 착륙하는 비행기에서는 발을 동동 구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 난리를 다시 한번 보자니 내 마음이 너무 안좋을 것 같아, 남편과는 다시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고 선언한 뒤였다. 그렇다면 국내로 가면 되잖아?
그렇게 괌을 제치고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남편이 어느 한 호텔에 가보고싶다고 은근슬쩍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무조건 거기로 가자고 하고, 여행지도 그렇게 정해버렸다. 사실 신혼여행지에 대해 생각은 잘 안했고, 그냥 그 호텔 하나 보고 떠나기로 했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서! 그렇게 신혼여행은 대충 마무리 지었다. 나중에 생각하지 뭐.
결혼반지
이미 우리의 손을 거쳐간 커플링은 총 3쌍. 그중에서도 제일 마지막으로 끼고있던 커플링은 무려 티타늄(..)으로 만든 반지였다. 굉장히 강한 반지라서 나중에 우리 화장해도 이건 남는거 아니냐 라는 농담을 주고받았던 반지라서 결혼반지는 이거로 할까? 하다가 그래도 결혼이니까.. 하는 마음에 결혼반지를 새로 하기로 했다. 백화점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형편에 맞게 하자며 종로로 향했다.
(종로에 남편 회사 과장님이 소개시켜주신 가게가 있어서 간건 절대 아니다)
종로의 한 가게로 가서 디자인을 고르고, 가드링도 골랐다. 사이즈를 재고, 계약금을 내고, 2주정도 걸린다는 이야기와 함께 돌아왔다. 반지 안에 각인은 결혼식날짜 말고 우리의 처음 만난 날을 새겼다. 결혼에 대해 그저 우리 둘이 같이 살고, 앞으로 법적 책임이 생긴다는 것 외에는 별거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반지 안에 각인도 우리 처음 만난 날을 새겼다.
예식장은 찾아보고 알아보느라 하루종일 검색해서 단 두 줄의 정보를 얻었었다면, 신혼여행지와 결혼반지는 너무 순조롭게 지나가서 이게 진짜 결혼준비인가 싶기도 했었다.
그렇게 찾아온 내 결혼반지. 우리는 받아온 그 날 부터 커플링을 빼고 결혼반지로 끼고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