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하 작가
작은 동전 하나에서 시작된 그림.
김현하 작가의 작업은 ‘동전' 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상징에서 출발한다. 그는 자본에 대한 비판 대신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쳐버리는 작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장대한 메시지보다 지금 이 순간 주머니 속의 백 원짜리가 그의 캔버스를 채운다. 그 동전 위에 담긴 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놓치고 있던 '사소함의 가치'에 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무심코 흘려보낸 것들,
언젠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그 작디작은 존재들이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김현하 작가는 단단하게 되새기게 만든다.
그의 그림은 말없이 묻는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소중하다고 느꼈나요?"
0.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평면회화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 김현하 작가입니다.
1. 모든 작업에 동전을 모티브로 삼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작가님에게 동전은 어떤 존재인지도 궁금합니다.
네. 음. 우선 제가 동전을 모티브로 잡게 된 계기가, 생각해 보면 되게 재미있기도 한데요. 제가 중국에서 유학을 하고 중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우선 한 2008년도쯤 중국 올림픽 이후로 환율이 변하면서 중국의 물가도 되게 많이 오르고, 학비도 오르고, 생활비도 너무 오르다 보니 생활하는 데 조금 어려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작업에 대해서 '뭔가 팔리는 작업을 해야 되나?' 라는 고민을 하면서 되게 상업적인 작업도 좀 해봤는데 약간 저랑 좀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도대체 내가 지금 왜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왜 이 중국까지 와 가지고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조금 오랫동안 하면서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하고자 하는 말이 뭘까?", "내가 처음에 그림을 시작한 이유는 뭘까?"를 다시 되짚어 보면서 느꼈던 점이 있어요. 약간 성공에 대한 약간, 그런 야망도 좀 있었고. 원래는 그전에 이제 프리랜서로 일을 했었으니까 돈을 버는 데는 무리가 없었거든요. 근데 이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돈이 너무 궁핍해지는 거예요.
어떤 그림을 그리든 잘 팔리지도 않는데 굳이 내가 팔리려고 무슨 작업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냥 내가 말하고 싶은 거, 당장 나한테 필요한 거를 당장 내 그림에 옮겨 보자라고 시작을 해서 돈을 그려야겠구나. 처음 이렇게 단순하게 시작을 했어요.
1-1. 돈 중에서도 지폐가 아닌 동전에 초점이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도 그때 당시엔 잘 몰랐는데 돈 중에서도 지폐가 있잖아요. 근데 왜 동전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그때 제 마음은... 당장 내가 돈이 없으니 되게 큰 지폐를 그리기보단 당장 나한테 부족한, 되게 작은 돈부터 그릴까? 이러면서 동전을 처음에 그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동전이 그려지면서 약간 제 마음의 변화가 좀 생기더라고요. 돈이 되게 궁하고 갖고 싶어서 그렸는데, 돈을 그리고 나니 돈을 갖고 싶다란 생각이 사라지는 거예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을 하니 기분도 좋아지고 내가 조금 더 작업에 대한 열정이 올랐죠. '내가 당장 길거리에 나앉는 게 아닌데 돈이 필요한 게 아니구나' 라는 그런 마음에 처음에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네. 답이 됐나? [웃음]
(제가 몇 가지 동전들을 더 봤었어요. 근데 단순히 동전뿐만이 아니라 어떤 어벤저스 뭐 이런 것도 그리기도 하시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베리에이션이 있던 것 같은데 그런 시초가 '돈을 가지고 싶다' 하는 작은 마음에서부터였다는 게 저는 되게 인상 깊은 답변이었던 것 같습니다.) 네, 너무 솔직한 답변이죠. (모두가 돈을 갖고 싶어 하니까요. [웃음])
2. 그러면 작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대중들한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가장 큰 걸로 어떤 걸 꼽으시나요?
음, 어쨌든 저의 기본은 무조건 작은 돈에 대한 행복을 말을 하고 있잖아요.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건 우리가 가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 번쯤 다시 되돌아보면 되게 가치 있는 것들이 되거든요. 가령 동전을 주머니에 넣어 놓고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고. 예전에는 길거리에 다니다 보면 동전들 많이 버려져 있고 떨어져 있고 하잖아요. 그만큼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 안 하기 때문에... 만약에 지폐가 떨어졌으면 너무 아까워하지만 동전이 떨어지는 건 아까워하지 않잖아요. 그게 얼마가 됐건. 작은 가치의 동전이 그림으로 옮겨왔을 땐 솔직히 어쨌든 아트피스의 가격이 올라가잖아요. 그래서 백 원짜리 동전이 그림으로 옮겨졌을 땐 몇백만 원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우리가 한 번쯤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 본다면 얼마든지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저의 모든 가장 저변에 있는 내용은,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때로는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 작은 것들에서 가치를 찾아보자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작은 것의 가치가 소중해지면 인생이 조금씩 변할 수 있다고 저는 느끼거든요. 왜 소소한 행복도 '뭐 그런 게 행복해?'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이 되게 작은 거 하나 해서 행복을 느끼잖아요. 모든 스쳐가는 작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저는 말하고 싶어요.
(방금 말씀해 주신 것들이 어떤 직업 외적으로 삶의 태도랑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삶의 태도라든지 이런 것들도 한번 같이 말씀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삶의 태도... 그냥 모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건데 저는 일단 하루하루가 되게 소중하다고 느끼거든요. 오늘과 어제와 다르지 않고, 다르지 않고 내일과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요. 어쨌든 분명히 오늘 했던 일이 내일 똑같이 반복적이진 않잖아요. 그래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단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높은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를 내가 알차게 보내는 거, 그게 쌓이면 1년이 알차지고 10년이 알차진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저도 요즘 하루하루 이제 작가님들의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고 배우는 점들도 많은데, 인터뷰라는 형식은 항상 같지만 작가님들이 매번 달라지고, 또 작가님들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터뷰를 아직 많이 하진 않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소중함들이 있고 분명히 배울 점들이 많다고 생각이 듭니다.)
3. 이 질문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혹시 장애 예술인으로서 사회의 시선이 작업에 영향을 준 적이 있으신지, 혹시 오히려 그런 시선이 직업의 자양분이 되거나 반대로 넘어야 했던 벽이 된 적은 없었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네, 음... 줬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는데, 우선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되게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의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들을 차지했던 것 같아요.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보니,) 다른 친구들이 막 뛰어다니고 놀 때 저는 그러지 못했던 것들이 책을 통해서 해소했던 것 같아요. 책을 읽을 때 항상 해당 장면들이 머릿속에 이렇게 영화처럼 그려지는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도 머릿속으로 우선 그림을 그린 후에 화면으로 옮기는 방식을 저는 많이 취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저의 장애로 인해서 어릴 때부터 훈련된 것들이 도움이 됐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장애로 인해서 어떤 조금 걸림돌이 있었나?"라고 생각해 보면 풍경화를 많이 그리지 못하는 점. 제가 원래는 사진을 되게 많이 찍는 걸 좋아해서 젊었을 땐 사진 찍으러 많이 다녔거든요. 근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어딘가를 다니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특히 이제 장애인들은 어쨌든 체력적으로 좀 한계가 있거든요. 한 부분을 잘 못 쓰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 집중해서 쓰다 보면 더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는데, 약간 제가 풍경화를 그리고 풍경화 그림을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 풍경화를 잘 그리지 못한다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어요. 동전이라는 어떤 작은 물체는 우리가 쉽게 다룰 수 있고, 주변 환경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지만 자연은 작가님 말씀대로 이동해야 되는 그런 것이다 보니 쉽게 취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발상 자체가 좀 신선했던 것 같습니다.)
4. 그렇다면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적 키워드가 혹시 있을까요? 동전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어쨌든 자본주의랑 연결이 될 수밖에 없는 키워드다 보니까 그런 철학적인 키워드도 궁금했어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키워드.
제가 뭐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철학적인 거라기보다는 현시대에 대한 얘기를 좀 많이 다루고 있어요. 네. 그래서 뭐 보기에는 그냥 이뻐 보이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동전이 분쟁지역을 그린다거나 또는 배경 자체를 환경적인 문제를 좀 짚어넣는다거나 저는 항상 그렇게 작업을 하거든요.
어벤저스 시리즈도 어떻게 보면 되게 재밌는 영화지만 그거 자체도 자본주의의 산물이잖아요. 마블 자체가. 그리고 우리가 현시대에서 볼 수 없는, 간절히 원하는 영웅들이 그려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기에 환호를 하잖아요. 그것이 사회적으로 '내가 어려울 때 히어로가 나타나서 도왔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사람들의 바람이 응축된 자본주의의 형태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철학적인 키워드보다는 저는 현실에 좀 집중하는 편인 것 같아요.
(확실히 어벤저스 시리즈를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이지만 자본주의의 산물로 바라보고 또 그렇기 때문에 동전에 접목시켰다는 것 자체가 되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말씀이었던 것 같습니다.)
5. 동전 이외의 것을 만약에 그리게 되신다면 어떤 것을 그리고 싶으신지, 또 거기에는 어떤 주제랑 어떤 감정을 담아서 그리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환경에 조금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플라스틱 쓰레기나 비닐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을 하더라고요. 내년쯤에는 환경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이에요. 당장은 내년 개인전을 위해서 하고 있어서, 그게 끝나고 나면 약간 환경적인 문제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시대의 어떤 문제점들이나 대중들이 한 번쯤 고찰해 봐야 될 지점들을 콕콕 짚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6.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김현하 작가님의 작품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작품을 공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할 수는 있지만, 알기 때문에 선입견이 생기잖아요. (그렇죠) 그냥 딱 보고 '어, 뭐야, 동전이야? 돈 그렸어?' 뭐 이렇게 생각해도 좋고. '동전을 이렇게 그렸네?' 이렇게 생각하셔도 좋고. 그냥 보이시는 대로 느꼈으면 저는 좋겠거든요. 나중에 뭐 궁금하면 저에 대해 찾아볼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작업의 그 관념이라든가 작업 노트를 찾아볼 수 있잖아요. '이 작가 좀 알고 싶네'라고 생각했을 때 더 찾아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모든 게 안 그래도 힘든 세상인데 그림마저 어렵게 감상하면 너무 힘드니까요!
김현하 작가의 말처럼, 세상은 이미 충분히 어렵고 복잡하다.
그림만큼은 조금 단순하고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오래 남는다.
동전을 그리고, 그 안에 현실을 담아내는 작업은 결국 '작은 것에도 충분히 귀 기울일 수 있는 단순한 감각'을 우리에게 건넨다.
그 감각은 어느 날 무심히 지나친 백 원짜리 동전 하나, 혹은 잠시 머문 빛의 결 같은 사소한 것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작고 사소한 것들을 향한 그의 시선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삶의 밀도와 온기를 되찾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keth와 인터뷰 하러 가기 > https://buly.kr/74WsBQ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