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태 작가
디스코볼 아래, 반짝이는 것들은 꼭 예쁠 필요는 없었다.
디지털 아티스트 광태는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유토피아적 상상력, 디스코 문화, 그리고 자기긍정의 감정을 바탕으로, 그는 전형적인 미의 기준을 해체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한다. 이 인터뷰에서는 광태 작가의 작품 세계, 감정 회화, 그리고 비주류 예술가로서의 태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0. 일단 먼저 광태님에 대한 자기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사람, 광태입니다. 지금 본명 광태로 활동하고 있어요. (광태가 본명이었군요) 네 지금 필명은 그 본명 그대로 광태라고 쓰고 있습니다. (음. 혹시 필명과 본명을 같이 쓰시는 이유가 따로 있으실까요?)
저는 사실 제 이름을 되게 좋아하거든요.'내 것을 한다'라는 맥락에서 그냥 제 이름으로 계속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본명으로 땅! 이렇게 하는 게 되게 멋있잖아요. 마치 해외에서 힙합을 하시는데 그분이 그냥 광태, 자기 한국 아이덴티티가 있는 이름으로 딱 하면 멋있는 것처럼 저도 그런 느낌으로 본명을 썼던 것 같아요.
1. 일단은 그림이 되게 독특하세요. 색깔, 색감도 되게 또렷하시고. 혹시 디지털 작가로서 광태님의 작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하셨을까요?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어요. 많은 아티스트 분들이 그렇듯이 저 또한 유년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다른 여러 창작물들을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중에서 저는 게임을 많이 좋아했었어요. 판타지 게임 같은 거. 그러다 보니까 현실 세계보다는 가상 세계에서의 어떤 더 많은 영감을 받는달까. 그런 맥락에서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뭔가 제가 표현하는 것들 중에 늘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광태님이 그리는 유토피아의 이미지는 어떤 이미지인가요?)
저 이미지요? 사실 이상이죠. 이상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인데 그게 잘 안 될 때. 어, 그런 것들. 그러니까 꽃밭 같은 것도 예쁜 데 가면 있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그린다는 것 자체가 제가 원하는 어떤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상상하는 이상적인 것들을 그린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림들을 보면, 예를 들어서 공주 그림 같은 경우를 보면 우리가 전형적으로 생각했을 때 '공주' 하면 '예쁘다'라는 느낌이 들잖아요. 근데 광태님 그림에서는 뭔가 다른 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렇죠. 아, 좀 꼬였죠, 제가. [웃음] 제가 좀 반항적인 그런 것들을 좀 많이 표현하는 편이긴 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다른 창작물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즉, 다른 창작물들을 많이 봤다는 거거든요. 기존 가상 세계가 표현하는 것들이 좀 일맥상통한 부분들이 많아요. 흔히 클리셰라고 말하죠. 그런데 그 클리셰들이 있는데, 그 클리셰들을 탈피할 때 약간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현실에서 당연히 잘 안 되니까 그걸 바라는 거잖아요. 현실에서 없는 캐릭터나 인물들이 유토피아적인 공간에서 표현될 때. 카타르시스가 약간 나온다랄까?
1-1. 본인의 작품에 비유해서 유토피아와 반전 - 반항적인 것들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작업한 작품 중에, 임산부가 갑옷을 입고 와인을 마시고 용을 안고 있는 그림이 있어요. 그 2010 몇 년도에 작업한 작품이에요. 근데 이렇게 인물 하나를 설정할 때에도, 사실 임산부는 술을 마시면 안 되잖아요. 그런 어떤 단순한 그리고 명확한, 어떤 현재 현실에서 정해진 룰셋이 있어요. 근데 그거를 일단 첫 번째로 비틀었어요. 그리고 임산부가 '전투를 위해서 그 부푼 배에 맞는 갑옷을 이렇게 세팅했다'라는 약간 요런 것들.
요런 것들이 대부분의 어떤 캐릭터를 설정할 때 제가 좀 비꼬는 영역들인 것 같아요.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다. 저러면 안 되는데 저런다. 약간 이런 것들 있잖아요.
2. 그러면 관람객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실 타인의 해석에 대해서 크게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대부분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반응이거든요. 저는 그게 익숙해요. 이것도 한 가지 재밌는 속설인데, 늘 작가가 가장 애정하는 작품보다 공들이지 않은 작업들이 더 사랑받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물론 모든 작품이 다 작가가 만든 자기 새끼라서 예쁘긴 하겠지만, 공들인 것보다 그냥 오 분 만에 뚝딱 하는 것들을 더 좋아해요. 약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굳이 관람객이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이런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컨트롤을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감상자가 해석하는 것 그대로, 그 해석조차 그 감상자의 어떤 표현이다라고 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편이에요. 뭔가 반영한다는 맥락은 아니고요. (그냥 있는 그대로 느낀다. 뭐 이런 느낌이죠.) 너는 그렇게 느꼈구나. 너의 의견은 그렇구나에서 그치는 것 같아요.
2-1. 그럼 혹시 그런 관객들의 반응 중에서 예측 못한 인상 깊은 반응 좀 있을까요?
최근 작품인데. 아, 이거 좀 속상한 부분이긴 한데. [웃음] 그 제가 왜 디스코 퀸이라고 해가지고. 네. 최근에 하는 그림들 있잖아요. 우주 그림이라든지. 뭐 그런 그림들을 봤을 때 '예쁘다'라고 생각하는 이미지들을 요소들을 많이 썼거든요. 반짝이는 거라든지 색깔이라든지. 그래도 '예쁜 게 좋다'라고 저도 느끼고 있어 가지고 되게 예쁘게 그리려고 많이 노력을 했어요. 근데 얼굴이 안 예쁘다는 피드백이 너무 많이 들어와 가지고. 아니, 그러니까 얼굴이 안 예쁘다가 그러니까 못생겼대요, 캐릭터가. 저는 그래도 예뻐 보일 수 있는 요소들로서 형태나 크기나 색감들을 잡고 캐릭터성을 잃지 않으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그렸는데도 그러더라고요. (조금 섭섭하셨나요?) 아, 좀 그렇게 긁힌 것 같습니다. 네. [웃음]
3. “죄책감이 얼굴에 보일 때", “어떻게 하면 이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 그냥 손을 놓기만 하면 돼!!” 같은 감정의 포착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문장들은 어떻게 떠오르나요? 일상에서 메모하거나 기록을 남기시나요?
대부분의 문장이나 멘트는 제 머릿속에 되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편이에요. 그래서 텍스트가 있는 그러한 작품들은 하고 싶은 말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편이고, 그거를 이제 저장해 놨다가 그 문장을 주제로 그림이 뒤따라오는 구조가 대부분이거든요.
(아, 그럼 먼저 이 문장이 떠오르고 그다음에 그거에 맞춰서 그림을 그리시는군요.) 네. 그런 문장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서 딱딱 내 머릿속에 나와요. 예를 들면 뭐 연애하다가 뭐 내가 실망한 부분이 있다고 가정해 본다면, '어제는 나의 필요가 강했다면 오늘은 너의 필요가 되어주려고 했어.' 약간 이런 문장이 머릿속에 딱 떠올라요. 그랬을 때 이 문장이 근데 예쁘고 좋은 거예요. 저한테 임팩트가 있는 거죠. 그럼 이거를 표현할 만한 그림을 그다음에 따라오는 식으로... 주로 그런 형식으로 새로운 계정에 글과 그림을 올리고 있어요. (작업의 과정을 살짝 엿본 것 같습니다.) 네. 그 이야기가 있는 그림들은 대부분 그래요. 글씨가 있는 그림들 말이죠.
4. 광태님에게 그림은 무슨 의미가 있나요? 어떤 존재인가요?
그림이라는 장르 자체가, 그림이라는 행위 자체는 제가 기억하지 않을 때부터 저랑 함께 했어요. 그래서 뭔가 그림을 그리지 않는 인생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가지고 스스로도 이 길을 선택한 것 자체가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당연한 숨 쉬는 것과 같다.) 네. 너무나 당연하게 그냥 그림을 그리면서 이제 사는 삶을, 삶만을 생각했었고요. 다만 이제 회사라는 집단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있는 그림을 그리다가 이제 홀로서기를 했을 때에 신나고 자유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면 예전에 애기 때 아버지가 그 커다란 달력 있잖아요, 그거를 한 달이 지나가면 딱 뜯어가지고 저한테 주거든요. 그럼 그 달력을 뒤집으면 거기 백지예요. 완전 백지. 그럼 거기를 이제 제가 채웠었거든요, 제 맘대로. 그리면서. 그러니까 뭔가 그때는 되게 백지 안에서 완전 제 세상을 그냥 펼치는 거잖아요.(그렇죠.) 그래서 그런 느낌이었어요. 되게 신나고 되게 자유롭고 뭐 해도 상관없는 약간 그런 느낌. [웃음] 그림은 약간 저한테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 나오고 나서 그 아기 때의 감정을 다시 느꼈다는 거죠.) 그냥 내가 머릿속에 생각하는 세상을 그냥 볼펜으로 메꿀 뿐인 거죠!
5. 오프라인 전시랑 온라인 플랫폼 중에서 작가로서 사람, 관객에게 다가갈 때 더 진심이 잘 닿는 건 어디라고 느끼시나요?
어, 저는 디지털 아트워크를 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이 뭔가 더 진심이 잘 와닿는다고 생각을 해요.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에는 그림 자체의 감상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마케팅 요소로써 그림을 배제한 소통이 좀 더 중점이 되는 느낌이고, 아트 스테이션은 그것보다는 좀 더 그냥 좋은 화질의 작업물을 볼 수 있다, 정도인 것 같아요. 근데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은 어떤 감상자의 상황을 알 수 없는 일방적인 소통이잖아요. 저는 그냥 포스팅하고 보는 사람들은 뭐 밥을 먹다 보든 뭐 화장실에서 보든 모른단 말이에요, 저는. 그러니까 이게 일방통행인 거죠.
그림을 뭔가 표현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디지털 매체가 사용되는 건 참 좋아요. 왜냐하면 빛도 막 나오고. 이렇게 모니터로 봤을 때 더 예쁜 그림들이 있어서. 근데 작가로서 뭔가 감상자랑 소통하는 건 오프라인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이 아무래도 관객이랑 대면해서 얘기를 하다 보니까 확실히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직접 보시는 분들도 뭔가 눈앞에서 바로 보시는 거니까 좀 더 강한 것 같아요.
6. 어, 요즘 개인적으로 가장 집중하고 있는 주제나 혹은 기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첫 번째 페어를 준비하면서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지, 그 두 가지, 무엇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지 참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은데. 광태라는 아티스트의 앞으로의 길을 대변하는 것 같은 강박이 좀 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1960년대에서 80년대 디스코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사랑이랑 포용,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는 태도를 주제로 작업물을 모아서 표현을 해봤어요. 그래서 이렇게 반짝반짝거리는 조명 아래에 누구나 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춤출 수 있었던 디스코의 정신처럼 다양한 존재들이 자신만큼 자신답게 빛나는 순간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저의 길을 가는 저한테 응원하는 메시지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금 이 1960년대, 80년대 디스코 문화,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괜찮아.' , '당신 이미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약간 이런 것들을 주제로 주로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도 이 주제가 되게 흥미로운 게, 제가 최근에 많이 생각하는 게 저는 저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좀 들어가지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저도 되게 많이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정말 정말 계속 계속 외치지 않으면 특히 한국 사회는 좀 기본적으로 그게 있잖아요. 그룹화돼서 오지랖이 있기 때문에 그게 악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게 정말 정말 그 계속 계속 침범당하거든요. 제가 예전에 호주에서 1년 정도 지내다가 왔는데요. 딱 귀국을 했는데 그 제 친구 중에 되게 아저씨인 친구가 있거든요. 걔는 외모를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편안하게 사는 친구예요. 근데 그 친구를 서울역에서 딱 처음 만나자마자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어, 니 머리 잘라야겠다' 이러는 거예요. 머리가 좀 길었었나 봐요. 제가 '어, 그렇구나. 오케이'하고 넘어갔는데 이제 집에 갔죠. 집에 가서 친누나를 만났는데 누나가 처음으로 하는 말이 '어, 너 머리 잘라야겠다'인 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날 또 다른 누나의 친구를 만났는데. '아, 너 머리 잘라야겠다.' 이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저 바로 삼일인가 이틀 만에 머리를 잘랐거든요. 근데 저는 그게 호주에 사는 일 년 내내 단 한 번도 제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피드백을 들은 적이 없어요. 그냥 그냥 어, 나이스 헤어! 그냥 너 머리 예쁘다. 그냥 그런 거 말고는 전혀 못 들었는데 한국 와서 딱 삼일 만에 저는 미용실을 갔어요. 타인의 시선 때문에.
그게 뭐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너네들 너무 미워'가 아니라 그런 어떤 특징이 있으니 저희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라는 얘기를 계속 계속 스스로한테 해줘야 되지 않나. (그런 개인적인 경험이 광태님의 아트워크에도 반영이 되는군요.) 네네, 그렇죠. 아무래도 지금 저를 표현하는 아트를 하고 있다 보니까 저의 삶이 되게 많은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요.
7. 광태 님의 작업을 10년 뒤에 돌아본다면 어떤 느낌이실 것 같으신가요?
'이 사람이 이런 그림도 그렸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길 바라요. 그런 느낌이 들길 바라요. 그 말은 곧 아티스트로서 한 가지 명확한 이미지가 이미 대중들한테 자리 잡은 만큼 유명해졌다는 뜻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었을 거니까, 10년 후에. 그리고 또 누군가가 과거의 제 작품을 보면서 저의 삶에 대해서 훑어보게 되는 때가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 사람이 이런 그림을 그렸네". 약간 이 말이 되게 저는 기대되는 말인 것 같아요, 10년 뒤에. 그리고 나에 대한 관심이나 그림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지금 인터뷰해 주시는 분 케쓰님처럼 들여다봐 주시면 그제야 저는 이제 설명을 곁들이고 그러면 또 그림이 한 번 더 재밌어지는 거죠.
그림이 곧 광태의 삶이었고, 문장 하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되었다. ‘보편’이라는 이름의 잣대들 사이에서 그는 끝까지 자기만의 감정, 자기만의 세계를 지켰다. 그가 만든 유토피아는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감정들, 그리고 ‘나도 괜찮다’고 믿고 싶었던 마음, 그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광태의 작업은 우리에게 되묻는다.
당신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있느냐고. 누군가의 시선과 말 한마디에 무너졌던 기억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잣대를 내려놓아도 된다고.
그는 말하지 않지만, 분명히 전하고 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괜찮다”라고. 그 진심은 작품 너머로도 오래도록 스며든다. 그의 그림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조금은 자유롭고, 조금은 따뜻한 위로로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향해 조금 더 다정한 시선을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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