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 인류>를 읽고
보통 진화는 수천 수만 년에 걸쳐 서서히 결정되는 생물학적 변화를 말한다. 그래서 우리의 짧은 생애로는 그 변화의 기척도 인지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와 기술은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 진화해야 한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생존하거나 패권을 잡기 위하여 사상, 종교, 기술을 강화하는 행동들을 진화의 한 형태로 규정한다. 그리고 각자 다른 8개의 진영이 벌이는 진화를 향한 투쟁을 책 <제3 인류>에 담았다.
작가는 시대 배경을 특정하지 않고 독자가 책을 읽은 시점으로부터 10년 후의 이야기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야기에 나오는 8개의 진영의 대부분은 우리 주변에 있거나 TV/영화로 익숙한 세력들이다. 자본주의 세력/종교 세력/페미니즘 세력/우주를 개척하려는 세력/안드로이드 세력/생명공학으로 수명을 늘리려는 세력까지 6개, 그리고 작가가 창조해낸 실질적 주인공인 소형화 인간/지구가 나머지 두 자리를 차지한다. 현실세계에서는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거나 얽히고설켜있지만, 이렇게 구분 지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명쾌하고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소설속에서 각 진영들은 재난에 맞서 서로 돕고 때로는 대립 한다. 그 갈등이 흥미진진하게 고조되다가 결말로 치달으면서 힘이 살짝 빠지는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나는 메인 스토리보다 각 진영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더 흥미가 간다. 그게 곧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예측하고 있는지, 내 생각과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미래를 예측하는것은 쉽게 할 수 있는일이 아니다. 국제정세의 소식은 해설이 없으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정도로 복잡해지고, 상상력을 넘어서는 혁신이 툭툭 튀어나온다. 우리가 미래에 관한 이야기나 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작가의 상상력에 탑승해서 쉽게 시야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3 인류를 읽은 이후로 뉴스를 구분하는 재미있는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이건 자본주의의 약진이군, 이 사건은 안드로이드에게 악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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