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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큰철 Aug 12. 2019

제 앞가림도 못하겠는데요

 <친구의 친구>를 읽고

어떤 사람이 있다. 인맥이 워낙 넓어서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일을 해결한다고 했다. 집을 알아보던 도배를 하던 이사를 하던 그 사람에게 문의하면 전화 한 통으로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사람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며 술자리에서 선배가 장장 연설을 했다. 당시 어렸던 나는 뭣도 모르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지만 곧 그런 인맥을 쌓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어디 가서 만날지도 모르고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도 모르겠으며 나에게 필요할 때 선뜻 도움을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인데, 내가 도움이 될 정도의 능력이 되지 않으면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거 같았고, 그래서 불확실한 인맥 쌓기보단 확실한 내 스펙 쌓기가 더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 후로 십여 년이 흘렀다. 그때 가졌던 내 생각은 조금 변했다.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그 거래는 서로 비중이 달라서 나에겐 하찮은 자원이라도 상대방에겐 도움이 되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 즉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어떻게 보면 무척 당연한 이야기인데...  옛날의 나는 자격지심과 그 부담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아이가 아니었을까.


아무튼, 그런 인맥 쌓기를 통해서 서로가 윈윈이 되는 거래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그 인맥을 주변 풀이 아닌 “연락이 뜸한 오래된 인연”, 즉 느슨해졌던 관계에서 더 잘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책 <친구의 친구>의 내용이다. 어릴 적의 나였다면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하여 단박에 "어려운 얘기를 되게 쉽게 하네"라며 책을 덮었겠지만 쪼금은 성장한 지금의 나는 수긍할 부분은 수긍을 하고 거를 부분은 거르면서 내게 도움이 될 부분을 찾아본다.


인맥은 필요할까

정말 초절정의 실력을 가진 고수라도 혼자서 성공할 수는 없다. 일례로 한때 유행했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여러 방송사에서 매 시즌 계속 사람들을 모집할 때에도 숨은 실력자들은 항상 튀어나왔다. "우리나라에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어?! 이 사람들은 그동안 데뷔 안 하고 뭐한 거야?" 성공에는 실력 말고도 다른 요인이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이미 주류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 사이를 혼자서 뚫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맥을 위한 교류는 정당할까

개인적으로 뭔가 목적이 있어 접근하는 사람이 있으면 거리를 둔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하면서. 그래서 책에서도 인맥 쌓기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보다 열정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다른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해관계에 관한 정보를 배제하면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기 쉽다는 이야기.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상대방에 관한 탐색을 거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느니 솔직한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것도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 소개팅이나 맞선이 그런 케이스 일까, 분명한 이해득실이 빠르게 관계의 진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목적을 분명하게 밝히고 친구를 사귄다는 생각이 떨떠름한 이유는,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을 미심쩍게 보고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목적이 있다고 해서 우정이 손상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우정의 목적을 명확하게 규정할수록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혹은 함께하지 말아햐 할 사람은 누구인지 결론 내리는데 도움이 된다."

The school of life <끌림> 74p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관계는 어렵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앞가림도 못해서 절절매는 와중에 인맥의 성공사례들을 읽다 보면 솔깃하기도 하고 의심쩍기도 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겠다. 사례에 나온 사람들의 성공은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꾸준히 물을 주고 길러왔던 관계의 결실이라는 것. 그래서 인맥이 뚝딱 하면 일을 해결해주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묘사된 것이 아쉽다.


책에 나온 모두를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바꿔봐야겠다. 다른 사람의 초대를 귀찮아하지 않고, 운영하는 모임을 조금씩 확대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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