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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큰철 Aug 05. 2019

우산을 챙기는 게 좋을까요?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

"오늘 비 올 확률이 25%이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1) 하루 24시간 중 25%인 6시간 동안 비가 올 것이다.

2) 비의 양이 소나기가 내리는 양을 100%로 봤을 때의 25%가 될 것이다.

3) 전국에서 25% 되는 지역이 비가 내릴 것이다.

(출처: EBS, <생활 속 확률의 진짜 의미, 확률>)

미안한 얘기지만 답은 없다. 띠로리~ 예보를 100번 했을 때 25번 내린다는 뜻이고 5mm가 올 수도 있고 100mm가 올 수도 있다. 애매하고도 애매하다.


우산을 챙긴다 VS 안 챙긴다

강수 확률 25%라고 했지만 그것은 기상청의 계산이 정확할 때의 이야기니까 "25% vs 75%"라는 선택지 마저 100% 믿을 수는 없다. 거기다 우리는 선택에 개인적인 경험과 직관을 보태곤 한다. 마침 지난번 방심했다가 팬티까지 쫄딱 젖은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꼭 내가 우산 안 들고 갈 때만 비가 내리던데' 라며 기어이 우산을 챙긴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

우리 머릿속엔 두 명의 내가 산다. 직관으로 뭐든 그때그때 탁탁 떠올리며 순식간에 사고를 끝내는 시스템 1, 느리지만 논리적이고 원인을 분석하여 결과를 계산해 내는데 전문인 시스템 2이다. 저 멀리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부장님의 심기를 0.1초 만에 파악해 도망갈 때는 시스템 1이, "나 오늘 뭐 달라진 거 없어?" "아까 거랑 지금 거 중에 뭐가 괜찮아?" 같은 질문을 맞닥뜨렸을 때처럼 기억력과 상황 분석의 정확도를 요하는 질문엔 시스템 2가 열일한다.


이 두 시스템이 필요할 때 나서서 각자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물러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서 우산을 들고 갈까 망설이는 상황에서 실제 통계를 냈다면 안 왔던 날이 더 많다. 비가 오더라도 실내 혹은 차량 내에 있어서 비를 피했던 경우도 많다. 시스템 2라면 당연히 우산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 1이 개입한다. 예전에 호되게 당한 경험을 상기시켜 비를 맞는다는 위험의 가중치를 높이고 슬그머니 핸들을 잡는다.  


회상 용이성 어림짐작

"사람들이 그런 범주에 속하는 사례를 기억에서 끄집어낼 때, 막힘없이 쉽게 생각나면 그 범주를 크다고 판단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p200

우산이 없어서 비를 맞는 날은 비가 안온 날 보다 기억에 오래 남고 잘 떠오른다. 즉  "회상 용이성 어림짐작"으로 이어지기 쉽다. 극적일수록 회상 용이성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고 직접적 경험은 타인의 경험보다 회상하기 쉽다. 이를 역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더 많은 수의 회상을 해보는 것. 비 맞았던 기억을 3,4번까지는 기억할 수 있지만 10번 이상은 기억하기 쉽지 않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반대로 '내가 비를 맞지 않는 편이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응용사례들을 나열해 보면

사람들은 자전거 탔던 사례를 조금 회상할 때보다 많이 회상했을 때 자신의 자전거 이용 빈도를 더 낮게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선택을 뒷받침하는 논거를 대보라고 하면 선택에 자신감을 잃는다.

어떤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방법을 실제보다 많이 나열한 뒤에는 그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는다.

자동차의 장점을 많이 나열해야 했다면 자동차에 대한 인상이 예전만 못하다.

그러니 커플들 앞에 두고 서로의 장점이 뭐냐고 캐묻는 사람들을 각별히 조심하도록 하자!!


올바른 선택은 어렵다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에 너무 성급하게 생각을 내린 것은 아닌지, 기존의 방식으로만 문제를 봐서 놓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내 생각을 지지해주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실제 이상으로 내 판단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생각에 관한 생각> p9

<생각에 관한 생각>은 시스템 1과 2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이다. 회상 용이성 외에도 틀짜기, 기준 점등 내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소개되는데, 실생활과 연관되어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실험 결과와 추론을 약간 건조하게 나열해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한 점이 좋았다. 자신들의 주장을 과하게 피력했다면 거부감에 700페이지를 넘기기가 고역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지만 올바른 선택은 여전히 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선택의 핸들을 누가 잡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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