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고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집안이 있다. 이 내력에 대한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그녀가 놀러오게 된 두 달 동안 남자는 온갖 공을 들인다. 잘해주기도 하고 쿨한척도 해 본다. 덜떨어진 친구를 불러 비교우위를 확보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실수가 있거나 악영향이 올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한다. 그러면서 완벽한 두달을 만든다.실제 시간으로는 몇 달이 더 걸렸을 그 두 달 이후 남자가 얻어낸 것은 그녀의 마음이 아니라 ‘시간여행으로도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바로 영화 <어바웃 타임>의 이야기다.
"후회(poenitentia)란 우리가 정신의 자유로운 결단으로 했다고 믿는 어떤 행위에 대한 관념을 수반하는 슬
픔이다"
<에티카>
불확실한 선택이 후회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내 선택으로 벌어진 사단이라고 생각했을 경우 그 파장은 더 크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미련이 불쑥 불쑥 튀어 나와 괴롭힌다. 이 모든 일이 나로 인해 벌어진 결과 같지만 후회하는 일의 대부분은 우리의 능력 외의 일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을 깨닫고 후회의 늪에서 빠져나온다.
"결국 후회라는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유아적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 이것은 물론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가능하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398p
어렸을 적 꿈에 당당히 대통령을 적었던 사람도 이제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노력이나 선택으로도 될 수 없는일이 많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의 비교적 최근에, 작고, 개인적인 관계에서 벌어지는일들은 내 선택과 행동으로 통제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하지않은 선택의 결과가 더 근사해 보이는것은 덤이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있을까마는... 책에서 소개된 48개의 감정중에 가장 자주 만나고 오래 보는것이 후회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는 후회를 마주하는 요령을 익힐 필요가 있다.
내 다른 선택의 결과는 늘 궁금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간여행'이란 소재는 항상 인기이고 그 교훈도 비슷비슷하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진다면 후회를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그러니 눈 앞 거울속 헛된 희망을 품은 타임 트래블러에게 지속적으로 현실을 깨우쳐 줘야 한다.
안돼, 안 바꿔줘. 빨리 돌아가
사진출처
리쳐드 커티스(감독). (2013)어바웃 타임. 유니버셜 스튜디오
서유정(연출). (2013)SBS 스페셜-학교의 눈물,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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