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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큰철 Jul 15. 2019

의미 있는 삶에 대한 단상

책 <굿 라이프>를 읽고

1. 좋은 삶.. 좋은 삶.. 책을 읽을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글을 쓰려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좋은 삶"이라는 단어가 체한 듯이 탁탁 걸린다. 과연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부터 시작해서 그럼 나쁜 삶도 있는가, 삶에 좋고 나쁨이 어디 있어? 그냥 사는 거지 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또 문다. 이러다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 적당한 단어를 찾아봤다. 책에서는 의미 충만한 삶이 좋은 삶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일단 의미 충만한 삶으로 풀어나가 보려고 한다. 좋은 삶..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단어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 글도.. 이미 망한 것 같다.



2. 인생을 행복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 목표를 이뤄왔고 남들을 도와왔으며 매사에 감사하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내게 수상하게 생긴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다가온다.


"당신은 구원자 네오입니다. 매트릭스.. 아시죠? 파란약 드실래요 빨간약 드실래요?"


약이고 자시고 이때까지 살아온 삶이 디지털로 구현된 환상이 었다니 허무해진다. 현실을 부정하고 파란약을 먹어서 지금까지 살던 삶을 쭉 살고 싶지만 그래도 이때까지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온 덕분에 인류의 운명을 구할 기회를 얻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매트릭스 안에서 이뤄낸 나의 삶은 과연 무의미한 것일까.



3.  혼자 살면서 그래도 다른 지구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분리수거는 꼬박꼬박 신경 써서 했다. 분리수거에 무관심한 몰상식하고 이기주의적인 사람들 때문에 지구가 병들어간다며 안타까워했었다. 그런데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고,  페트병 하나라도 비닐과 뚜껑을 제거하지 않으면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다는 뉴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종이컵도 코팅 때문에 재활용률이 1%에 불과하단다. 나의 분리수거는 환경보호에 1도 도움이 안 되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쓸데없는 짓을 하면서 만족감 느끼고 있었던 것인가. 이때까지 내가 해왔던 일은 무의미한 일일까?



"의미의 원천, 자기다움"


4.  책 <굿 라이프>에서는 의미의 원천을 "자기다움"에서 찾는다. 내가 행하는 일이 나를 나타내거나 이상적인 나와 가까울 때 의미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에 나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게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바로 게임이었다. 나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젓가락보다 게임패드를 먼저 잡았다. 디지털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아날로그적인 TRPG도 해보고, 요새는 보드게임을 주로 하고 있다. 30여년동안 게임을 통해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눈물도 흘렸고 즐거운 추억도 쌓았기 때문일까, 인생의 일부분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요새 게임중독은 질병이니 하는 부정적인 소식에도 꿋꿋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의미를 두지 않고 단순 재밌어서 시작한 게임이 가장 큰 의미 경험을 주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이미 손절할 수 없는 인생의 일부분이라 무의식적으로 계속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삶은 해석과 재해석의 연속이다"


5. 의미는 지난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하기 싫은 일도 기꺼이 하게 만든다. 지루한 일을 즐겁게 만든다. 역사 속의 숭고한 희생들도 의미 없이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 것 같은 죽음 너머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사람이다. 의미는 사람의 눈을 가린다. 가치판단을 흐리게 한다. 책에서는 소명이 이끄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표현했는데 거부감이 확 들었다. 사명, 소명 모두 군대에서 병사들을 다룰 때 많이 쓰이는 용어거든.



모르핀은 사용에 따라서 강력한 진통제이지만 마약이기도 하다. 앞으로 내가 의미 경험을 하고 있는지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지 구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충만한 의미경험을 하면서 살았다면 훗날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말을 걸더라도 쿨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 말은 충격적이네요. 그래도 나 답게 살아 왔으니 만족해요. **약 주세요"




#독후감 #서평 #굿라이프 #최인철 #의미 #삶 #들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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