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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큰철 Jul 06. 2019

행복에 레시피가 있나요

<행복을 풀다>를 읽고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사무실을 나온다. 버스정류장 앞 빵집은 소문난 맛집. 항상 사람이 붐비는데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식빵을 한봉다리 사들고 부모님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동생네 부부가 온다고 해서 오래간만에 저녁식사가 잡혔다. 오늘 메뉴는 삼겹살이다. 가족끼리 먹을 땐 항상 아버지께서 구우신다. 주로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를 하지만 즐거운 이야기만 있지는 않다. 동생네는 이번에 전세계약이 끝나서 다음 집을 구하는 일이 걱정이고 부모님은 못난 이 아들 빨리 잘돼서 장가가야 되는데 하고 걱정이시다. "어떻게든 돼겠지~" 오늘도 대충 얼버무리며 얼렁뚱땅 넘어간다.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어머니가 손에 반찬통을 들려주신다. 혼자 일하는데 잘 챙겨 먹으란다. 당신 앞날은 알아서 챙길 테니 효도할 생각일랑 말고 지금 하는 일에 열중하라 신다. 살짝 가슴이 뭉클하다. 요즘은 이렇게 가족들이랑 밥 먹는 순간이 행복하다.


 나한테 행복한 순간이라고는 하지만 누구라도 행복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부자나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딱히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인터넷에 그런 질문이 있었다. "JY도 요플레 뚜껑을 핥아먹을까?"라고. 핥아먹겠지, 사람 사는 건 다 고만고만하니까.


 <행복을 풀다>에서 모 가댓이 풀어놓는 행복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앞의 행복을 가리는 불편함과 걱정의 대부분은 우리 자신에서 발생하며, 진실을 탐구하고 현실에 집중하면서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바로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이다. 오랫동안 인류는 행복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해왔지만 그 본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행복한 삶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일수록 특별한 인사이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말하는 행복의 레시피를 공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행복에 특별한 것이 있다면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행복에도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성공의 자리는 극소수로 한정되어 있기에 우리들의 행복은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의 것에 가까울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기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행복을 탐구하고 적용해보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머니의 행복, 아버지의 행복 내 동생의 행복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행복.


 행복에도 부위와 등급이 있을까 상상해 본다. 안심이 있고 등심이 있고 1+에 2++이 있어서 어떤 행복은 더 쫄깃하고 어떤 행복은 마블링이 많아서 누구는 웰던으로 구워 먹고 누구는 미디움으로 구워 먹는 그런 세상이 있을지. 그 행복의 맛은 다 비슷비슷한데 서로 남의 접시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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