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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큰철 Aug 19. 2019

잘 알았고요, 참고만 할게요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을 읽고

보드게임을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매주 1번 이상씩 집중적으로 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러면서 내 보드게임 성향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나는 타일 놓는 게임을 곧잘 하는 편이다

그림 타일들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에 대한 직관이 있는 것 같다. 타일을 놓아서 시간 내에 빠르게 길을 만드는 게임. 타일을 놓아서 점수를 많이 내는 게임에서 승률이 좋다. 하지만 타일 놓는 게임의 장르는 사람들 간의 인터랙션이 많지 않아 심심하다. 잘하긴 하지만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는 전략 게임을 좋아한다

승리에 대한 경로가 다양해서 어떻게 하면 1등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되는 게임이 좋다. 이런 게임들은 보통 서로의 행동들이 판세에 영향을 줘서 매번 상황이 변하는데 그걸 관전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잘 못한다. 판세를 읽는데 취약해서 잘 나가던 판도 중반 이후로는 고꾸라지기 일쑤다.


경제 게임은 재밌긴 하지만 어렵다

자원과 돈 계산을 칼같이 해서 매 라운드 이득을 불려 나가야 하는 게임들은 전략을 짜는 재미는 있지만 점수 계산에 약해서 어떤 선택이 더 이득인지 계산이 어렵다. 정확히 자신의 계산대로 이루어졌을 때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범접할 수 없는 계산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나는 생각이 많고 느리다.

승리를 위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하지만 답이 없는 경우에도 생각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같이 게임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생겨 빨리 결정하려고 신경 쓴다. 어쩔 때는 별 생각도 없으면서 멍 때릴 때도 있어 나 스스로도 답답하다. 그냥 생각하는 게 좋은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홱홱 잘 돌아가기라도 하면 모르련만.


게임 중 나누는 사적인 대화와 농담은 보드게임의 백미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게임에 관해서건 근황이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뭔가에 집중하면서 슬쩍슬쩍 주고받는 농담은 언제나 즐겁다. 가끔 게임 특성상 대화가 배제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게임이 재미있어도 허전하다.


이기는 것보다는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승부욕이 많은 편이 아니다. 졌을 때 보다 실수를 했다거나 에러 플레이를 했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플레이를 한 경우에 더 기분이 상한다. 룰도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게임 내에선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룰을 무시하거나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은 탐탁지 않다.


 뜬금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에서 실시한 나의 강점 검사 결과를 위의 보드게임 성향과 비교해 보면 얼추 비슷비슷하다. 30분 정도의 테스트가 가져오는 결과로는 놀랍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내 성향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비교해 보는 과정이 없었다면 테스트 결과를 신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강점 투자 테크트리로 빠르게 성공에 다가서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멀리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조심스레 조언해 본다. 나를 관찰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나를 잘 아는 주변 사람과 이야기 나누면서. 


책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을 "모든 사람이 원하는 모습은 될 수 없지만 본연의 모습을 더욱더 발휘할 수는 있다"라고 수정했다. 나는 거기다 한 줄 더 추가하고 싶다.

"본연의 모습은 내가 찾아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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