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으로>를 읽고
유튜브 같은 인터넷 방송 팁으로 오디오를 쉴 새 없이 채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람들은 방송을 보기도 하지만 작업하면서 듣기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잠깐이나마 생기는 공백을 못 참고 채널을 돌려버린다는 것이다. 주 수입 요인 역시 사람들을 얼마나 오래 붙잡아 놓느냐에 따라 갈린다. 그리고 유저들은 지루한 것을 못 참고 재밌는 것을 찾아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를 제작자 입장에서는 더 자극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세태를 우려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이것이 기술에 발전과 미디어의 변화에 맞물린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뭔가를 잃어 갑니다. 마치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겨 가는 과정에서 그러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 식으로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분석 능력을 느슨하게 사용하는 단계에서부터 더는 복잡한 생각이 지배적으로 통용되지 않은 문화로 점점 옮겨갑니다."
<다시 책으로> 123p
한편 다른 쪽에서는 모임을 만들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었다. 걷거나 요가 등을 통해서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이들도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사람들은 알고 있다. 바쁜 생활, 매일 마주치는 엄청난 정보 속에서 중심을 잡을 필요를 안다. 한발 한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서 삶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짧고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에 매료되어 깊은 성찰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우려에 일정 부분 공감은 하면서도 큰 걱정거리는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바 호프먼이 썼듯이, 컴퓨터에 기반한 우리의 시간 감각은 "점점 빨라지고 짧아지는 사고와 지각의 단위에 익숙해지게 합니다". 아이들의 경우 처리할 정보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그것을 처리할 시간은 줄어들면서 아이의 주의와 기억의 발달에 최대 위협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되면 보다 정교한 읽기와 사고의 발달과 사용에도 심각한 역작용이 초래됩니다. 깊이 읽기 회로의 모든 것은 상호 의존적이니까요. 만약 아이들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외부의 지식원에 점점 의존하게 되면서 내면에 누적되는 지식이 줄어든다면, 그들이 이미 아는 것과 처음으로 읽는 것들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하고 정확한 추론을 끌어내는 능력도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다시 책으로> 187p
대상이 어린아이들의 경우는 조심스럽다. 아이 시절이 성격 형성과 지능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시기라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책을 읽고 안 읽고 와 디지털기기에 빠져들고 안 빠져들고 가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가이다. 작가도 아이들의 분산된 주의, 작업기억, 깊이 읽기 과정의 발달 관계를 그려내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면 확실한 입장에 섰을 텐데 잘못 말했다가 왠지 다른 아이들의 환경에 영향을 줄까 싶어 영 답답하기만 하다.
오래전에 "마시멜로 실험"이 이슈가 되었다. 아이를 방에 홀로 두고 15분 동안 마쉬멜로우의 유혹을 넘기면 마쉬멜로우를 한 개 더 주겠다고 제안한 후, 아이의 행동을 관찰한 실험이다.
참아낸 아이가 사회적으로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했었지만, 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애가 배고파서 마시멜로우 좀 먹을 수 있지 그걸 가지고 예단을 내리나? 최근 자기 통제력은 성공과 별로 관련이 없음을 나타내는 후속 실험들이 속속 나왔는데 중요한 건 아동의 사회경제적 배경이고 사회경제적 배경이 만족을 지연하는 능력을 키우고 미래 장기적 성공을 예측한다고 한다.
저자의 책 읽기에 대한 교육방법에도 많은 부분 동의하지만 괜히 마시멜로 실험처럼 맹목적인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사실 아이한테 제일 중요한 건 화목한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부모님들 아이패드 뺐지 마시고, 책 안 읽는다고 뭐라 그러지 마시고, 같이 놀아주시길.
#다시 책으로 #독서 #독후감 #서평 #마시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