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를 읽고
지도자에겐 세상의 모든 정보를 알려주는 정보통이 있었는데, 그 나라 제일 가난한 사람들은 무엇을 주로 먹고 어디서 잠을 자며 얼마나 굶주리는지도 정보통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들을 나라를 다스리는데 십분 활용했다면 백성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겠지만 그는 오로지 한 사람의 외모에만 관심이 있었다. <백설공주>의 이야기이다.
질문을 입력하기 만하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손바닥만 한 마법의 거울을 우리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 거울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점검하기에 앞서 아래 문제를 풀어보자.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팩트풀니스> p15
정답은 3번이다. 아래 그래프에서와 같이 하루 소득 2달러 미만인 1단계 극빈층은 20년 사이에 크게 줄었다. 그 중 많은 수가 2단계, 3단계로 상승했다. 매일 같이 물을 긷으러 먼길을 오가고 쫄쫄 굶어 배만 볼록나온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고 오해하고 있는 이유는 TV 같은 언론에서 극단적인 케이스를 자주 접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듯 책 <팩트풀니스>에는 독자의 상식을 시험하는 퀴즈 13개가 나온다. 그리고 잘못된 상식이 널리 퍼지게 된 10가지 이유를 들면서 세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를 요구한다. 나는 13개의 문제 중에서 8개를 맞추면서 꽤 많이 맞춘 편에 속했지만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의 대부분이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 자식 셋을 낳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고 한다.
이렇게 끝나면 참 좋으련만...
이 책을 읽거나 위의 문제를 풀어본 후 실제 극빈층에 대한 뉴스를 찾아보고, 저자가 주장하는 이야기가 맞는지 직접 확인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10초도 안되어 확인해 볼 수 있는 마법의 거울을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으면서 말이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오해였구나, 실상은 그렇지 않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갔다. 이럴 거면 이와 반대되는 글을 읽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또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세상을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저자는 하루에 1달러로 연명하는 1단계부터 32달러 이상을 소비하는 4단계까지 소득에 따른 삶을 구분해놓았다. 이 예측 그래프의 줄어드는 극빈층과 늘어나는 중간층을 보며 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기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4단계 어디쯤의 누군가는 끝이 없을 것처럼 앞서가는 최상층과 자신의 벌어지는 간격을 보며 우울해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을 쓰고 깨끗한 식수를 얻지만 대출금과 내 집 마련에 전전긍긍한 자신은 100단계 정도로 나눠진 세상에서 10단계 언저리쯤 위치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하게 물어보자 앞의 90단계의 사람들을 신경 쓰는 만큼 뒤에도 관심이 있었냐고.
사실 책에 나온 사실들을 모르고 편견을 가진채 살아도 크게 지장은 없다. 그럼에도 없는 월급을 쪼개서 후원을 하고 성금을 보내며 오해와 편견을 가졌다는 깨달음에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는 그들과 달리 좋은 곳에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4단계를 누리고 있는 것에 현실에 대한 채무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앞만 바라봤고, 세상엔 관심 없는 것을 들켜서 부끄럽다. 그래도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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