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들큰철 Mar 10. 2023

사실 돌아갈 기회는 많았거든요

제임스 M. 케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부랑자로 떠돌던 남자가 식당을 운영하는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여자는 남편이 있었고, 그들은 두 번에 걸친 시도 끝에 남편을 죽이는 데 성공한다. 재판을 받지만 변호사의 활약으로 운 좋게 혐의를 벗는다. 죽은 남편의 재산과 보험금까지 수령한 두 사람의 앞날은 탄탄대로인 듯했다. 하지만 남자는 돈을 들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길 원했고, 여자는 돈으로 이 자리에 사업을 벌여 정착하기를 원했다. 둘의 이런 성향차이와 재판과정 중 생겨난 불신, 그리고 서로가 밀고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잦은 마찰을 낳았다. 갈등이 깊어지는 와중에 여자는 자신의 임신사실을 고백하게 된다.


둘의 입장차이는 충분히 공감할만했다. 재판이 끝나고 범죄사실을 알고 있는 패거리들이 찾아와 재산을 나눠달라며 협박을 했다. 남자는 자신이 죽인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곳에 눌러앉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배우를 꿈꿨지만 잘 풀리지 않아 돈 많은 그리스인과 원치 않은 결혼을 했고 남들이 멕시코인으로 바라볼까 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여자는 백인의 아내로 정착하는 안정적인 삶을 꿈꿨을 것이다. 태어날 아기가 이 둘의 벌어진 견해차이를 잘 좁혀주려나 기대했지만 그들은 거기서 브레이크가 아닌 엑셀레이터를 밟아버리고 만다.


"우린 서로 사슬로 묶여있어, 코라. 우린 산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했지. 그게 아니었어. 산이 우리 위에 있었고, 그날 밤 이래로 산은 언제나 거기 있었어."
-158p


흔히들 인생을 길로 표현한다. 멀리서 보면 일직선 같아도 가까이서 보면 구불구불하다고. 오르막도 있고 돌아가기도 하며 잠깐 쉴 때도 있다. 그들이 정착을 했건, 그곳을 떠나 방랑을 했건 어느 순간에는 각자가 만족할만한 삶이 찾아올 것이고 저지른 죄에 비해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의심이라는 터널은 사람을 유혹하고 그 끝에서 밝게 비쳐오는 빛은 밑의 낭떠러지를 가린다. ‘그가 날 진짜 사랑하나? , 이 여자는 날 이용한 것이 아닐까? ’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남자는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여자는 바다로 수영을 가자고 했고, 남자는 수영중 몸이 안 좋아진 여자를 싣고 병원으로 차를 몰다 사고를 내 살인혐의를 받아 교수형을 당한다. 결혼 후에도 남자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 시험하기 위해 바다로 유인하는 여자, 감옥에 갇힌 후 자기가 고의로 여자를 죽인 건 아닌지 혼란스러워하는 남자의 모습은 비록 소설 속 이야기지만 살면서 많이 마주치는 그르친 선택의 단면이기에 남일 같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