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어렵다
페이스북이 회사동기의 생일을 알린다. 퇴사한지 5년 가까이 지났는데 연락 한 번을 못했다.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들어가 보니 어느새 결혼해서 딸바보가 다 됐다. 많은 지인들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덩달아 나도 남기려다가 멈칫.. ‘평소 연락도 없다가 이게 뭐야, 정말 축하하려면 전화라도 하던가’라는 생각에 메시지 달기를 포기한다. 그렇다고 전화를 하자니 우리가 그 정도까지의 사이인가의 의문이 고개를 든다. 고심 끝에 소심하게 ‘좋아요’ 버튼만 누른다.
"생일 축하해, 평소 연락도 안 하는데 생일이라고 불쑥 메시지 남기기는 그렇네.. 그렇다고 우리가 전화까지 할 사이는 아니잖아~ 잘 살고 있으면 됐지 뭐, 네 소식 잘 보고 있어"
고작 클릭 한 번이지만 누르는 사람의 오랜 고민과 심오한 메시지를 담은 ‘좋아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국제 공용 소통법이다.
SNS는 쉽고 편하다. 지인들의 많은 소식들을 스마트폰으로 받아볼 수 있다. 연락이 왔을 때 바로 즉답하지 않아도 되고 말실수할까 봐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 정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땐 ‘좋아요’와 ‘이모티콘’이 많은 말을 대신해준다. 절친과 가족들 사이에서도 통화보다 메시지와 이모티콘이 더 편할 때가 있다.
SNS는 어렵고 불편하다. 내가 받지 않아도 될 소식까지, 내가 알 필요 없는 소식까지 알려준다. 평소라면 모르고 지나갔을 남의 생일을 챙기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른 나라 친구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에도 답장을 남긴다. 잊히기도 어렵다. 어렸을 땐 이사 가거나 전화번호가 바뀌면서 나와 밀접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새로운 사람들이 다가왔다. 소중한 사람들에겐 먼저 연락해서 소식을 알리고 새 연락처를 교환하는 수고로움을 들여 우리의 사이를 확인했다. 지금은 전화를 바꿔도, 이사를 가도 SNS는 악착같이 이어준다. 둘 중 하나가 SNS를 떠날 때까지.
가끔씩 SNS 정리를 한다. 프로필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 사람과 나의 사이에 대해 고민한다.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 궁금하지도 않고 할 말도 없는 채팅방들 모아 알람을 끄고 숨김 처리한다. 삭제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SNS는 점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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