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상생활
더 이상 빈 공간이 없다. 그럼에도 책상위로 물건이 차곡 차곡 쌓여 올라간다. 부모님이 보시면 역정을 부리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혼돈 속에도 내가 세운 질서가 있고 물건 하나에 존재의 이유가 있다. 쓰임을 마친 아이는 고향으로 가기도 하고, 다시 돌아오기도 하며, 쓰레기통으로 가기도 한다. 잘 쓰다가 방치된 아이도 있지만 자기 자리를 찾을 때까지 대기중인 아이도 있다.
책상을 중심으로 방을 훑어보면 이런 곳이 더 있다. 잠자리 머리맡의 책들과 독서대가 그렇고, 작은 거울 앞의 임시 화장대가 그렇다. 화장품들은 옷 방에서 왔고 책과 독서대는 책상에서 왔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옷방보다는 안방에, 책상보다는 이부자리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주 쓰는 물건들은 어느 새 내 동선안 팔이 뻗는 범위에 배치된다.
그래도 모든 동선의 중심은 단연 책상이다.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책상에서 생활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PC를 켜고 책상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작업을 준비한다. 밥도 책상에서 먹는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잠시 올리고 식사 거리를 세팅한다. 뉴스나 개인방송을 같이 보는데 요즘은 드라마도 본다. 게임도, 독서도 책상이 편하다. 그러다 보니 넓은 책상이 좋다. 자취를 시작할 때 욕심내서 1.6m짜리를 구입했다. 방의 1/3을 차지해서 자리를 깔고 누우면 방이 가득 찼는데 지금 생각하면 1.8m도 좋았을 것 같다. 내 작업실을 갖게 된다면 정말 큰 책상에 내 물건들을 다 깔아 놓고 필요에 따라 자리를 이동하면서 생활하고 싶다.
의자에 대해서도 말을 안 할 수 없다. 신입사원 때 구입했던 것을 퇴사 후 가져와서 쓰고 있다. 안정적으로 젖혀지고 목받이가 있으며 튼튼한것을 사느라 30만 원을 들였는데 그렇게 투자할 필요가 있냐는 동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의자에서 꿀잠 잘 때마다 1000원씩 적립하면 30만원은 300일, 1년이면 뽑는다. 8년 가까이 잘 쓰고 있으니 본전은 애초에 뽑았다.
최근엔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 중이다. 좋은 의자라도 오래 앉아 있으면 자세가 무너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작업할 때만이라도 일어서서 바짝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샀다. 기존 책상위에 올려서 작업할 때 마다 레버를 당겨 일으켜 세운다. 가끔 밥도 서서 먹는다. 서서 생활하니 몸이 늘어지는것을 막을 수 있어 작업 효율이 꽤나 좋아졌다. 밥먹다 딴짓하는 일도 줄었다. 하지만 오래 서 있으면 발바닥이 아파서 쉽게 피로해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바닥에 까는 스탠딩 매트를 해외직구했다. 이래서야 나는 점점 책상을 떠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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