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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UNGIL큰길 May 11. 2021

1년에 출퇴근 하며 길에서 보내는 480시간

출퇴근에 사용하는 480시간을 그냥 버릴 것인가?


  2019년 통계청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서울 거주자의 평균 출근 시간은 53분, 경기도 거주자의 경우는 47분이라고 한다. 직장인의 많은 경우가 하루의 약 2시간 정도를 출퇴근하는데 보내고 있다.


  나의 경우는 자차를 이용하여 출근하는데, 직장까지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지난 2년간 내가 운전한 주행거리를 확인해보니 5만 5천 킬로미터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04Km를 운전한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사업용 자동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116Km이고, 비사업용 자동차의 경우 35Km라고 한다. 사업용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 내 차의 주행거리가 사업용 차량만큼이나 많은 것은 바로 출퇴근 거리 때문이다.


  2017년 해외 근무를 마치고 국내로 복귀하면서 아내의 직장에 가까운 지역으로 집을 구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집에서 회사까지의 출퇴근해야 하는 거리는 편도로 약 50Km, 왕복 100Km에 달하게 됐다. 시간상으로는 왕복 두 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하는 거리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회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해서, 출퇴근을 자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3년 동안의 해외 근무 후 한국생활에 적응하기도 전에 장시간 운전을 해야 했기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로감은 만만치 않았다. 퇴근길 차량 정체로 길이 막혀 한참을 길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시간이 지나 점차 몸이 적응이 됐을 무렵이었다. 내가 운전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대체 얼마나 될까 궁금해 계산을 해보기로 했다. 하루에 2시간, 주 5일 근무일 기준으로는 일주일에 10시간, 한 달 40시간, 1년에 480시간에 달했다. 여기까지는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실감 나지 않았다. 그런데 날짜로 계산을 해보니 자그마치 1년에 20일에 해당하는 시간을 길에서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에 해당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출퇴근을 위해 내가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렇게 길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 했다.      




출퇴근 길을 배움의 길로


  직장 생활에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는 출퇴근을 하며 하루에 무려 두 시간씩이나 허투루 보내고 있었다. 이것을 깨닫고 난 후 나는 출퇴근 시간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당장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을 내 삶의 선물 같은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


  하지만 운전을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귀로 듣거나 입으로 말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우선 영어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업무적으로 해외 파트너들과 자주 소통해야 해서 영어를 쓸 일이 종종 있다. 이참에 제대로 영어공부를 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TED 강연 한 편을 골라 출퇴근 내내 며칠을 반복해서 듣고, 따라 해 보기로 했다. 계속 들릴 때까지 듣다 보면 들리겠지. 또 강연자의 말을 다 외울 때까지 따라 하다 보면 강연 한 편을 다 외울 수 있겠거니 했다. 그러자 내 차는 어느 어학원 부럽지 않은 영어공부에 최적의 장소가 되었다.


  TED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회장 빌 게이츠나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같은 세계적인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 연사로 나와 강연을 하는 플랫폼이다. TED 듣고 따라 하는 것이 영어공부 자체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따라 하다 보면 그들의 생각이 내 머릿속에 꼭 박이는 것 같아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매번 반복하기만 하면 지루해서 견딜 수 없다. 우리의 뇌가 반복되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출근길 영어공부와 함께하면 좋을 것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마침내 내가 찾은 것은 오디오북이었다. 오디오북 서비스를 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찾아봤다. 한 달에 만 원 정도의 가입비로 무한대로 오디오북을 드을 수 있는 ‘윌라’가 내게 적격이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오디오북을 드을 수 있어 편리했다. 블루투스를 통해서 차에 내장된 스피커에서 성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내 차는 어느새 도서관이 된 것 같았다.


  보통 책 한 권당 재생 시간이 4~5시간 정도니깐 꾸준히만 듣는다면 일주일에 2권 정도를 들을 수 있다. 이를 1년 동안 꾸준히 지속한다면 100권 독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내 평생 숙원인 1년 100권 독서에 도전할 만도 했다. 바쁜 직장인에게 얼마나 큰 시간 횡재인가!


  나는 이렇게 출퇴근 시간을 즐기면서 나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나만의 활동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을 꾸준히 반복하는 패턴을 만들었다. 몸 상태가 좋은 아침 출근길에는 집중력이 있어야 하는 영어공부를 하고, 피로도가 높은 퇴근길에는 오디오북을 통해서 독서를 하는 패턴을 만들었다. 나는 일상에서 이 패턴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항상 같은 활동을 반복하지는 않는다. 때때로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는 유튜브로 강연을 찾아 듣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도 한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가끔 차를 놓고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근할 때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시간을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출근길 스트레스가 이사할 때나 치과 진료를 받을 때의 스트레스 못지않게 높다고 한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버스나 지하철 공간에서 마냥 출퇴근 시간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루 두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작지(적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적은(작은) 노력만으로 출근길 환경을 바꿀 수 있다. 30분 정도 출근을 일찍 하는 등 약간의 시간 조정만으로 내가 타는 지하철을 지옥철에서 행복철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마음만 먹는다면, 버스나 지하철을 취미 활동의 공간이자 꿈을 실현하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매일 꼭 한 번씩은 만나야 하는 시간, 출퇴근 시간을 내게 유익한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그 시간에 즐기며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출퇴근길을 고난의 길이 아닌 행복의 길, 미래로 향하는 길로 만들어보자.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도 없다. 즐길 수 있는 것 시작하기 어렵지 않은 것부터 하나씩 시도해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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