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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UNGIL큰길 May 13. 2021

매일 아침 글을 쓰면 얻을 수 있는 것

글쓰기에 관심 없던 글알못이 책을 쓰기로 하다.

글쓰기에 전혀 관심 없던 글알못이던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나는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고작 회사 업무를 하며 결재문을 만드는 것이 내 글쓰기 전부였다. 평소 글을 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글쓰기가 내 삶에 그다지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과거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나의 학창 시절도 글을 많이 쓰거나 잘 쓸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고등학교 땐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기계공학을 전공하다 보니 ‘문과적인 삶’ 과는 거리가 먼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학 전공과목 기말시험을 치를 때 일이었다. 시험지를 나눠주던 교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를 하셨다.     


 “여러분들 글쓰기 실력이 너무 형편없어서 이번 시험은 모두 계산 문제로만 냈어요. 서술형 문제는 하나도 없으니 답안지에는 계산식만 적으면 됩니다. 그 외에 한글을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간혹 문제를 못 풀어 죄송하다고 편지를 써놓는 학생들이 있는데 무조건 감점입니다.”


곳곳에서 탄식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계산문제가 많은 과목이라 해도 보통 20프로 정도는 서술식 문제가 포함되었었고, 서술식 문제는 점수를 얻기 위한 보너스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한숨을 내쉬며 왜 계산식으로만 문제를 출제했는지 한마디 더 덧붙이셨다.


 “지난번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를 냈더니 도대체 무슨 말을 써놨는지 이해할 수 없어 점수를 제대로 줄 수가 없었어요. 문법에 맞게 글을 써야 이해를 하죠”


  이런 환경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내가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대학 졸업 후 2년간 해외봉사 활동을 했었는데, 선배 단원 한 분이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본인이 읽던 책 한 박스를 내게 주셨다. 그때 한 권 한 권 책을 꺼내 읽으며 난생처음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게 됐다. 그 이후로도 나는 독서를 취미로 삼을 정도로 자주 서점에 들러 많은 책을 사서 읽었다.


  책을 읽으며 생긴 변화 중 하나는 머릿속 생각들을 끄집어 내보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는 점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생각들을 싸이월드에, 블로그에, 휴대폰에 글을 하나씩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비록 많은 분량의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글쓰기에도 재미가 생겨났다. 그러곤 언젠가는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을 써보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며 바쁨이 일상이 되고 난 후부터는 나의 글쓰기는 멈추고 말았다.   




매일 아침 30분씩 글을 쓰기로 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기로 한 건 2018년 10월이었다. 삶의 변화 가운데 서 있었고, 책 쓰기를 목표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나는 매일 아침 기상 후 30분씩 꾸준히 글을 쓰기로 했다.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쓰다 보면 언젠가 책을 쓰는 날이 올 거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글은 전부터 이용하던 블로그 게시판에 썼다. 블로그에 글을 다시 쓰는 건 만 7년 만이었다. 하루 30분씩 글을 쓰다 보니 처음엔 속도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됐다. 한 개의 글을 포스팅하는데 일주일에서 열흘이 걸리기도 했다. 그런데 포스팅 숫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조회수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이었다. 처음 하루 10회를 넘기기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자 어떤 글은 단 한 시간 동안에 수백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단순히 조회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에 글을 쓰는 재미가 붙었다. 글 쓰는 속도 역시 빨라지며 일주일에 두세 건의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김민식 PD의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게 됐다. 그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매일 블로그에 글을 썼다고 한다.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왕성하게 활동 중이지만, 김민식 PD도 초창기에 하루 블로그 방문자 수가 30명 남짓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일 놀듯이 즐겁게 글을 썼고, 꾸준한 글쓰기를 하다 보니 방문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들을 주제별로 모아  <매일 아침 써봤니?>,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내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와 같은 베스트셀러를 연속으로 출간할 수 있었다.

    



  출판 계약을 체결하다.


   나 역시 매일 아침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책 쓰기로 이어졌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책을 쓰는 방법을 알아야 했다. 나는 시중에 판매되는 책 쓰기 관련 책도 읽고, 유튜브 방송도 찾아보았다. 그걸로도 감이 잡히지 않아 책 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꽤 큰 금액을 내고 책 쓰기 과정을 수강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책의 주제를 정했고 목차까지 완성했다.


  나는 매일 아침 블로그 쓰기를 잠시 멈추고 책 쓰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말, 한 출판사와 출판 계약까지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책을 쓰겠다는 목표로 매일 아침 30분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글쓰기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출판 계약까지 체결한 것이었다. 내 이름 석자가 들어갈 책이 서점에 팔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꿈만 같았다.


  책을 쓰기 시작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매일 아침 글쓰기 패턴을 꾸준히 유지했다. 다만 시간은 좀 더 많이 투입해야 했다. 아침 글쓰기 시간을 늘리고, 퇴근 후나 주말에도 글을 쓰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해야 했다. 힘든 순간들도 많았지만 글쓰기 패턴이 자리 잡히자 40개 정도 되는 챕터의 글을 약 6개월에 걸쳐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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