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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UNGIL큰길 Jun 03. 2021

해외근무 중 마주한 혹독한 코로나 상황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내 마음이었다.

해외파견 직후 덮친 코로나 상황, 낯선 땅에 홀로 남게 되다.


2020년 2월  해외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19가 알제리 땅을 덮쳤다. 날마다 수백 명씩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거의 모든 지역이 봉쇄됐다. 국경은 폐쇄됐고 식당이나 상점들도 문을 닫아 생필품 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한국 본부로부터 해외근무자 중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한국 직원은 귀국 조치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한국인이라고는 기껏 나와 인턴 둘 뿐이었는데 비필수 인력으로 분류된 인턴 직원은 한국으로 귀국해야 했다. 어렵사리 한국 귀국 편 특별기 자리를 구할 수 있어 그나마도 다행이었지만,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한국인이 떠나고 나니 내 마음은 섭섭하기 그지없었다. 인턴 직원이 떠나고 난 후 며칠 후 급기야 가족들마저도 더는 함께 있을 수 없어 한국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파견 근무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함께 일하는 한국인 직원도, 가족도 모두 한국으로 귀국했고, 알제리 정부의 강력한 봉쇄조치로 현지 직원들마저 재택근무에 돌입하자 외톨이 신세가 되어버렸다. 조금만 버티면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어 봉쇄가 금방 풀릴 줄 알았는데 6개월이 넘게 지속됐다. 그 기간 나는 낯선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며 버텨야 했다. 식재료를 구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모든 끼니를 직접 챙겨 먹어야 했고, 문을 연 미용실이 없어 머리마저도 직접 깎아야 했다. 먹는 것이 부실해 점점 살이 빠졌고, 직접 머리 깎는 게 서툴러 머리에 큰 땜방이 생겨나기도 했다.


날로 고립된 느낌이 커지자 정신적으로도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듯했다. 평소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성격이었지만 조그만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가 나기도 했고, 아무도 내가 처한 상황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함도 몰려오곤 했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점점 더 깊숙이 부정적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었고 급기야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정신적으로 극한 상황에 치닫자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에 갇힌 듯했다.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보다 더 걱정되는 건 내 마음 상태였다. 그래도 다행히도 내 마음속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벗어나자. 지금 상황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야 해. 이대로 무너질 순 없어.


나는 지금 이대로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야 했다. 온통 부정적 생각들로만 가득한 내 마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평온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내 마음이었다.       




아침 명상을 시작하다. 


나는 아침 명상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명상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마음을 다스리는데 명상이 좋다는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에서 내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명상을 해본 적이 없던 나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의자에 앉아 자세를 바르게 한 뒤 10분 동안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 보기로 했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명상을 하는 내내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명상을 하기 위해 생각을 비워야 한다는데 과거에 일어난 일부터 최근 일까지 내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생각들로 떠올랐다. 심호흡을 통해 잡생각을 떨쳐 보려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나 스스로 내 생각을 통제할 수 없었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다 생각했지만 첫 명상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명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과 성취감을 느꼈고, 매일 꾸준히 지속하면 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명상을 매일 지속하기 위한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10분 동안 명상을 하는 패턴을 만들고,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명상을 이어 지속한 날의 횟수를 수첩에 기록했다. 기록을 하니 숫자가 쌓이는 재미와 더불어 마음의 깊이가 깊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명상을 통해 얻은 것은 내 마음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눈을 감고 있을 때 주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내가 어떤 것에 근심 걱정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내 마음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내 마음 상태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곧 현재의 내 마음 상태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명상을 거듭하면서 나는 마침내 코로나로 인한 고립감, 불안감 등 부정적 마음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편, 평소 같았으면 욱하거나 화를 냈을만한 일에 부딪혀도 너그럽게 이해하는 해량도 생겨났음이 느껴졌다.  


달라이 라마는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실에서 명상을 시작하면 세상의 범죄는 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물론이다. 명상을 매일 꾸준히 지속하면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마음이 생겨날 터인데 어찌 누가 범죄를 저지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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