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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UNGIL큰길 Jun 18. 2021

직장생활 타이밍이 전부다.

Timing is everything.


“김대리, 당신이 그러고도 대리야?”     


  회사에 다니며 들었던 가장 뼈아팠던 질책이었다. 출장을 다녀와서 이사님께 결과 보고가 늦은 탓이었다. 해외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한 출장이었는데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어 윗선에서도 관심이 높은 상황이었다. 출장을 다녀와서 총책임을 지고 있는 분께 결과 보고를 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지만, 타이밍을 놓친 것이었다.


  사실 출장을 다녀온 후 출근해서 적절한 보고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간단한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임원인 이사님께 가서 보고한다는 것이 맘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고, 언제가 좋을지 고민만 하다가 시간만 흐르고 말았다. 퇴근 무렵이 다가오자 더는 지체할 수 없어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이사님 지금 보고 가능할까요?”

“급하신 건인가요? 이사님 외부 일정이 있어서 이미 나가셨어요.”     


  나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다음 날 휴가를 쓰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것이다. 하필 그날은 실장님마저 휴가였던지라, 나는 상황보고를 위해 다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실장님, 오늘 이사님께 출장 결과 보고를 못 드렸습니다. 죄송하지만, 내일은 제가 휴가여서, 이사님께 직접 보고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김 대리, 지금 몇 년 차인데 아직도 그래? 출장 다녀오면 바로 보고 드려야 하는 거 몰라? 그래 놓고 내일 휴가 쓴다는 말이 나와?”     


  어렵사리 실장님과의 통화는 마무리됐지만, 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그리고 한동안 회의감에 빠져 쉽게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당시 5년 차 대리였던 나는 승진이 늦어 과장 진급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지라, 대리로서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나를 그토록 한순간에 절망으로 빠트린 건‘타이밍’이었다. ‘인생은 타이밍이 전부다. (Timing is everything)’라고 했던 어느 영화 속의 대사처럼 직장생활에서도 타이밍이 전부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직장생활은 타이밍이 전부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만,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로 타이밍을 잘 잡으면 기회가 되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한 수간에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타이밍이라는 것은 일관성이 있지가 않다. 업무 특성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또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치고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이 제각각이다. 그래서 어느 타이밍이 좋을지는 대부분 경험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생활을 하며 업무적으로 ‘센스’가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감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센스가 없어도, 누구라도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타이밍이 있다. 그건 바로 제각각 정해져 있는 업무 처리 시간이다. 우리의 업무는 대부분 처리 기한이 있고, 보통은 그걸 인지하며 일을 한다. 그런데 간혹 작고 사소란 업무라고 여겨지는 경우 ‘이 정도야 좀 늦게 해도 괜찮겠지?’라고 가볍게 여길 때가 있다. 더 심하면 아예 잊어버리기도 한다.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시간을 훌쩍 넘겨 다른 사람이 그 일을 챙길 때야 비로소 멋쩍어하며 부랴부랴 시작하는 때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일을 미루는 습관이 결국 내 평판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또는 결정적인 순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반대로 일의 경중을 막론하고 처리 시간을 지키는 습관은 동료들 사이에서 그 사람을 신뢰가 있는 사람, 어떤 일이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한다.


  우리는 친한 친구나 지인과의 개인적인 약속을 하면 그것을 반드시 지키려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신뢰에 금이 가 인간관계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럴 진데 하물며 직장동료들과의 관계에서는 어떻겠는가?


  인간관계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듯, 업무를 하면서도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약속을 지키는 못할 땐 상대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약속을 취소하거나 뒤로 미룬다. 그것이 예의이고, 상대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여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길이다.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업무 처리기한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되면 미리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동료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면 된다. 이러한 행동은‘나는 당신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한 날은 어떤 분이 나를 찾아 회사로 오셨다. 우리 해외 지사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데, 해외 담당자에게 연락을 미리 해줬으면 한다는 부탁이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어려운 부탁이 아닌 것 같아 미팅을 마치자마자 해외 지사에 협조 요청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이내 해외 담당자로부터 회신이 왔다. 언제든 방문해도 괜찮고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회사까지 어렵게 찾아오신 것을 알고, 나는 서둘러 방문해도 괜찮다는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분께서는 그게 고마웠나 보다. 바로 다음 날 회사의 홈페이지에 게시판에 이런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전광석화처럼 협조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이 일로 나는 회사에서 고객만족 우수직원으로도 선정되었다.


 ‘기회는 아주 잰걸음으로 다가오지만,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토끼처럼 달아난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좋은 타이밍을 알아차리고 기회를 잡기까지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어쩌면 우리는 벌써 몇 번의 타이밍과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자그만 일이라도 그 안엔 타이밍이 존재하고, 언제든 기회가 되어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큰 성과로 보이지 않지만, 자그만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제때 처리하는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때, 그것이 곧 나의 평판이 되고,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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