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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UNGIL큰길 Jul 30. 2021

내가 회사에서 업무 도중에 산책을 하는 이유

 눈치껏 적당히 알아서 쉬세요.


내가 처음 입사하여 적응이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업무 도중 쉬는 시간이 따로 없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수업 시간이 있으면 당연히 쉬는 시간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회사에서는 점심시간 말고는 정해진 휴식시간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나는 문득 쉬는 시간이 없다는 건 정말 쉬지 않고 계속 일만 해야 하는 건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같은 팀에 근무하던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님 혹시 우리 회사에 따로 휴식시간이 없는 이유가 있을까요?”

  선배도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마도 법정 근로시간 8시간 때문이 아닐까요? 쉬는 시간을 포함하게 되면 그 시간만큼 추가 근무를 해야 하니까요.”

 “아. 그럴 수 있겠네요. 쉬는 시간이 추가되면, 퇴근 시간이 더 늦어지겠네요. 그럼 원칙적으로는 점심시간 외에는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맞겠네요.”

 “그렇긴 하지만, 사람이 쉬지 않고 어떻게 일만 할 수 있나요? 쉬고 싶을 땐 눈치껏 적당히 쉬면 돼요.”


선배의 대답을 듣고 나니 왜 휴식시간이 없는지 이해는 됐지만 ‘눈치껏 적당히 쉬어라’라는 말에 약간은 혼란스러웠다. 업무 중 휴식을 취하기 위해 누군가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것은 몰래 알아서 쉬어야 한다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휴식은 곧 '땡땡이'로 인식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어느덧 10년 차 직장인이 되었지만, 후배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나 역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명확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자리를 비울 때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팀장님이 날 찾으면 어떻게 하지? 팀원들은 내가 자리를 너무 자주 비우거나 땡땡이를 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업무 중간에 적당한 휴식은 업무효율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정해진 시간의 휴식이 아니라 마치 일탈 행동을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쉬지 않고 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쉴 때 확실히 쉬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인데 마음속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왕 쉬는 거 그냥 당당하게 쉬어보자. 남들에게는 땡땡이로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 맞는 적당한 휴식법 찾기


업무 중간에 어떻게 휴식을 취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잠깐을 쉬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휴식 방법을 찾고,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면 좀 더 당당히 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에서는 휴식에 대해서 소개하는 문장을 발견했다.

      

 “휴식은 그저 긴장을 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휴식은 아주 다채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가까운 상대와 깊은 영감을 주고받는 대화를 나눈다거나, 어떤 게임에 몰입한다거나, 산책하고 음악을 들으며 오롯한 만족감을 맛보는 모든 순간이 ‘휴식’이다.”      


하고 있던 업무를 잠시 멈추고,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바깥공기를 쐬는 것도 휴식이 된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거나 장시간 집중력 있게 근무한 상황이라면 친한 동료와 대화를 나누거나 차를 한잔 마시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것이다.


나는 오후 두세 시가 되면 식곤증이 몰려와 집중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찌뿌둥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내가 선택한 휴식 방법은 회사 주변을 산책하는 이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말고업무시간에 어떻게 산책을   있느냐고?


사실 내 산책 코스는 회사 건물 주변을 한 바퀴를 도는 것인데 시간은 10~15분이면 충분하다. 당당하게 쉬겠다는 마음은 충만하지만 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팀원들에게 쉬는 시간 동안 산책을 하다는 말은 최대한 아낀다. 그러나 산책을 하는 잠시의 시간이 나에게는 에너지 충전을 위한 아주 귀중한 시간이 된다. 혼자 업무시간에 산책을 하기보다는 주로 마음이 맞는 동료와 함께 하는 편인데, 잠깐의 시간이지만 몸을 움직이고, 대화를 나누면서 몸과 마음은 활력을 얻게 된다.


데일 카네기는 ‘휴식은 곧 회복이다. 짧은 시간의 휴식일지라도 회복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이니, 단 5분 동안이라도 휴식으로 피로를 풀어야 한다.’라며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휴식은 육상경기에서 높이뛰기나 멀리뛰기를 할 때 도약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움닫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높이뛰기나 멀리뛰기를 할 때는 목표를 향해 최고의 스피드로 달리지만, 도약을 위해 반드시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도움닫기를 밟는 순간이다. 이때 짧은 순간 멈춤의 동작이 없다면 높이 뛰거나 멀리 뛸 수 없다. 우리의 일상에서 또는 업무 중 휴식은 바로 도움닫기를 밟는 순간과도 같다.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 뛰기 위해서 휴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니 우리는 휴식이 필요할 때는 당당히 그리고 잘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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