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UNGIL큰길 Sep 06. 2021

일에도 리듬이 중요하다.

일을 잘 하기 위한 리듬 발견하기

리듬을 타야 일도 잘한다.


나는 아침이면 항상 분주하다. 출근 후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매우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긴장감과 함께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다. 잠깐 한 숨을 돌리고 시간을 확인해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그런데 그 놀랍게도 오전의 집중력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어느새 마음은 느슨해지고, 오후 2~3시에 이르자 식곤증이 몰려온다. 이때가 되면 나의 집중력은 '1'도 아닌 '0'으로 수렴하는 듯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오후 시간에 얼마나 졸았는지 '꾸벅이', '또자'와 같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겁도 없이 신입이 부장님 바로 앞자리에서 존다고 놀리는 동기 녀석들도 있었다.   


소위 직장 생활에서 짬이 어느 정도 찬 후로는 더는 자리에서 조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점심식사 후에는 졸음이 몰려오고 집중력은 금세 떨어짐을 느낀다. 그럴 땐 잠시 바깥공기를 쐬거나 커피를 마시며 나른한 오후를 버티곤 하지만, 근무 의욕은 오전만큼 다시 차오르지는 않는다.  


요일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나의 집중력이 높은 시간과 낮은 시간은 얼추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대체로 오전에는 높고, 오후에는 낮은 편이다. 이러한 패턴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인들도 비슷한 것으로 확인된다. 어느 설문조사 기관에서 시간별 직장인의 업무 집중도를 조사했는데 대체로 오전이 오후보다 높게 나타났다. 가장 집중도가 높은 시간은 오전 9~11시였고, 이어 10~12시, 8~10시, 오후 1~3시 순이었다. 대게 오후보다는 오전에 업무 집중도가 높다는 응답자가 많았지만, 같은 오전이라 할 지라도 집중력이 높은 시간은 개인마다 차이를 보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졸리기도 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 시간을 그냥 버티는 방법 말고, 그 시간을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그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도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미국의 갤럽 연구진이 50년간 150개국 1500만명을 대상으로 직장인의 직업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일에 몰입한 사람의 경우 하루 종일 행복지수와 흥미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확연히 높았고, 몰입하지 않은 사람은 스트레스 지수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직장인으로서 나는 목숨 바쳐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업무 시간의 몰입도가 내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당연히 내가 일하며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업무 설계도를 작성하다.



업무 몰입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신체리듬과 관계가 높다고 생각했다. 오전과 오후의 집중력의 차이는 내 몸상태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의 신체 리듬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우선 시간별 나의 신체리듬의 상태를 표로 작성해보았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신체 리듬에 따른 시간대를 나누고, 몸 상태를 매우 활동적, 활동적, 비활동적, 매우 비활동적 4단계로 구분하여 적었다. 나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비교적 오전에 더 활동적이고, 오후에는 피곤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 편, 나는 그동안 내 신체리듬에 관계없이 일을 닥치는 대로 해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일 시간별로 내 신체 리듬을 고려해서 적합한 일을 배정한다면 어떨까? 하루에 해야 할 일이 5가지 정도가 된다면 각각의 업무 특성과 내 몸 상태를 고려해서 시간별로 해야 할 일을 배분한다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각각의 시간별로 신체리듬에 맞는 업무의 형태를 적어보았다. 오전에는 집중력이 필요한 문서작업이나 긴급도가 높은 업무를 배정하고 오후에는 회의나 전화 업무와 같이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서 하는 일을 배정하였다.



일을 잘하는 방법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방법이다. 그러나 일의 순서를 정하는데 몸 상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긴급하거나 중요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몸 상태까지 살필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매 순간 전력 질주를 할 수는 없다. 그러다간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처럼 될지도 모른다.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패턴을 유지하며 꾸준히 걷는 법이 목표까지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내 몸 상태에 따라 일의 순서를 정하고 난 후의 내 모습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특히 오후 시간에 잠과 싸울 필요가 없어졌고, 그 시간을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회의는 오후 시간을 활용한다. 이전에는 상대가 원하는 시간이나 그때그때 비어 있는 시간을 활용했다면 이제는 먼저 오후 시간을 제안하는 편이다. 그리고 고객과의 통화도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로 오후 시간을 활용한다. 또 한 가지 변화는 퇴근 시간이다. 업무 순서를 몸 상태에 따라 배정하는 것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을 마무리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단축된 것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만일 누군가 한 가지라도 개선할 방법을 찾는다면 나는 그에게 '신체리듬에 맞게 업무를 배정하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회사에서 업무 도중에 산책을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