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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UNGIL큰길 Sep 08. 2021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퇴근해야 하는 이유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마요. 당신의 삶이 먼저예요


내가‘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그 뜻을 이해한 지는 겨우 2~3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의 워라밸을 일상 대화에서 수시로 사용할 정도로 익숙한 용어가 됐다. 그러나 이 단어를 처음 알았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 어느 정치인이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공약으로 내걸어 화두가 되었지만, 그때 역시 이상적인 이야기로만 생각했고, 이후로도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라밸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라 생각했지만, 첫 등장은 50년 전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영국의 워킹맘협회는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한 단어로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후로 수십 년 동안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워라밸이 직장인의 일상생활에서 뿌리내리며 정착해왔다. 한국에서 워라벨 등장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간 일과 삶이 균형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최근 정부 주도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워라밸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고, 많은 직장인이 퇴근 후 여유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에서 워라밸을 권장한다고 해도 회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직원들은 여전히 눈치를 봐야 하고, 그렇게 되면 워라밸은 말뿐인 허상과도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는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회사가 있을까?’ 궁금하여 인터넷에서 사례를 찾아보았다.


검색 결과 유독 눈에 띄는 회사가 있었다. 바로 ‘제니퍼소프트(JenniferSoft)’라는 곳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곳이었었지만 이미 이 회사의 훌륭한 복지와 좋은 조직문화로 유명한 곳이었다. 특히 회사 홈페이지에 ‘제니퍼소프트에서 하지 말아야 할 33가지’가 게시되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는 ‘회의 중에 가족들에게 걸려오는 전화받지 않는 것 금지’와 같이 다소 의외의 내용과 함께 다음의 문구처럼 회사를 위한 희생보다 직원들 개인의 삶이 우선이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마요. 당신의 삶이 먼저예요.”

     

회사 안에는 수영장이 있고 직원들은 언제든 이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근무시간에 수영해도 된다. 근무시간은 하루 7시간, 일주일에 총 35시간이다. 그리고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아이를 회사에 데려올 수도 있고, 5년 차 직원에게 가족 해외여행을, 10년 차 이상 직원에게는 2달의 유급휴가를 준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워라밸을 권장하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에 설립되어 직원 수가 스무 명 정도의 작은 회사이지만, 2019년 연간 매출액 약 141억 원으로, 업계 점유율 65%를 차지하는 관련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고, 급여와 복지혜택이 높은 회사에서 일하기를 꿈꾸지만, 아직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개인보다는 일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많이 남아 있고, 기업마다 형편이 달라 워라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기업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퇴근할 때는 눈치 보지 말아요. 당당하게 퇴근해요


앞서 소개한 제니퍼소프트처럼 회사에서 훌륭한 복지혜택을 기대할 수 없을지라도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퇴근 시간이다. 퇴근 시간 이후 회사를 벗어난 삶이 우리의 진짜 삶이다. 회사에서는 회사를 위해 일을 하며 우리에게 부여된 역할과 직함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단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회사 생활도 만족스럽고, 나름의 인정도 받으며 다니던 회사를 내일 당장 그만둔다고 생각해보자. 몇 년을 근무했든, 얼마나 회사에 충실했든 상관없이 그동안 회사에서 가졌던 역할이나 지위도 함께 사라지고 만다.


다행히 과거처럼 회사에 무조건 충성을 다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에서도 주 52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퇴근 시간을 얼마든지 앞당길 수 있다. 일단, 정말 피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야근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어보자. 야근도 습관이다. 야근은 미루는 습관의 결과물이다. 못다 한 업무는 좀 더 남아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근무시간을 느슨하게 보내게 된다. 야근한다고 인정받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오히려 생산성이 낮은 직원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더 커졌다. 그러니 업무시간에 고삐를 단단히 매고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 뒤 퇴근 종이 울리면 바로 퇴근하는 습관을 만들어보자.


오늘 일을 마무리했다면 상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당당하게 퇴근하자. 회사 일로 소중한 하루를 보냈다면, 남은 저녁 시간이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휴식권’은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으로도 보장된 내용이다. 원칙적으로 1일 근무시간을 8시간 초과할 수 없으며,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일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초과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 명문화되어 있다. 물론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나 미진한 업무를 하기 위해서 초과 근무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니고서는 일찍 퇴근하자.


워라밸을 위해 일찍 퇴근하는 습관을 만들고자 한다면 강제적으로 일찍 퇴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자기 계발을 위한 운동이나 학습을 시작하는 것이다. 운동 시설이나 사설 학원에 등록하면 시간에 맞추어야 하므로 정시에 퇴근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러한 자기 계발의 이유로 정시에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사도 일찍 퇴근하는 당신을 만류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야근 습관이 이미 몸에 밴 사람이라면, 자기를 위한 시간 투자마저도 망설이게 된다. 내가 대학원을 다니기 전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나 역시 야근을 수시로 했었기 때문에, 학업 때문에 야근을 못 하면 큰일이라도 생길 줄 알았다. 그러나 대학원을 다니는 2년 동안 야근을 못 해서 큰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수업 시간에 맞추어 학교에 가려면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회사를 나와야 했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더 집중하여 일할 수 있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서는 퇴근 후 시간 확보가 우선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자신의 발전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행인 건 우리 사회도 ‘휴식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정부도 국민의 쉴 권리를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고? 상관없다. 퇴근 종이 울리면 바로 퇴근하자. 차라리 좀 더 일찍 출근해서 못다 한 일을 하자. 상사의 눈치가 보인다고? 상관없다. 그들도 당신과 같은 직장인일 뿐이다. 퇴근 종이 울리면 바로 퇴근하자. 목숨이 달린 일이라면 상사의 눈치를 보겠는가? 시간은 곧 우리의 목숨이다. 인생을 허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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