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나를 위한 시간 만들기
무엇이 중헌디? 무엇이 중허냐고!
퇴근 시간 6시, 정시에 퇴근하더라도 잠자리에 들 때까지 주어진 시간은 5시간에서 6시간 정도이다. 귀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 저녁 식사를 하고 정리하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고작 2~3시간 정도가 남는다. 이미 몸은 녹초가 되어있고, 잠들기 전까지 하는 일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TV를 보는 일이 전부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하거나 TV를 보는 것도 휴식으로 볼 수 있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이 점점 지겨워진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앞으로 나에게도 그리고 가족에게도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퇴근 후 시간을 좀 더 현명하게 보낼 방법은 없을까?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몇 해 전 영화 ‘곡성’에서 나온 명대사 중 하나이다. 이 대사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화자 되는 이유는 아역 배우의 인상 깊은 연기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게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퇴근 후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함에 앞서, 내 삶에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질문부터 했다. 그리고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보았다.
내가 원하는 답을 찾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장으로서 행복한 가정을 이끌고, 매일 조금씩 나를 발전시키는 것’이 내가 찾은 답이었다. 이 간단한 한 문장을 퇴근 후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이자 가치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이끌기 위한 첫 시작으로 아내와 대화하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만큼은 가족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나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정 시간을 자기 계발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머릿속엔 점점 해야 할 일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게으름이었다. 마음속 한 편엔 그냥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저녁 시간마저 해야 할 일로 빼곡히 채워진 일정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퇴근 시간을 여유 있게 보내면서,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할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은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을 위한 시간과 자기 계발까지 챙기겠다니 욕심이 좀 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라’라는 성경의 구절처럼, 답을 찾고자 고민하니 마침내 좋은 방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로, 매일 해야 할 일과 요일별로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좀 더 이해를 돕자면,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과 요일별로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하루 제한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매일 할 일과 요일별로 할 일을 나누면 좀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나 이 방법은 시간을 여유 있게 쓰면서도 주기적인 반복 효과를 이용한 자기 계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바로 내가 찾고자 했던 나만의 여유시간과 가족과의 시간,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까지 확보하는 방법이다.
제한된 시간 동안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 관리법
그렇다면 퇴근 후 매일 할 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아무래도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거나 가치 있는 일들로 채워 넣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 가족이었다.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각자의 직장에서 일과를 끝내고 나면 녹초가 되곤 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육아에 집안일까지 서로에게 관심을 둘 여유조차 없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자 부부간의 대화도 부쩍 줄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매일 해야 할 일로 하루 10분간 아내와의 대화를 넣었다. 하루 30분, 1시간 단위로 넣지 않은 이유는 매일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경우 아내의 동의가 필요한데, 부자연스럽게 다가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아내가 이 글을 읽는 순간까지도 나의 노력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매일 조금씩 자연스럽게 다가가 아내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결과가 궁금하지 않은가? 대화가 그 전보다 대화가 200%는 늘어난 것 같다. 이렇게 작은 시간이지만, 꾸준히 실천하면 좋은 것들 몇 가지를 매일 해야 할 일로 정해 루틴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퇴근 후 곧바로 러닝머신을 한다거나, 잠자기 전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다음으로는 요일별 활동이다. 요일별 활동으로는 나는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배정했다. 사실 요일별 활동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아무리 열정이 많은 직장인이라도 매일 다른 활동으로 퇴근 시간을 채울 수는 없다. 특히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기껏 해봐야 주중에 낼 수 있는 시간이 이틀 정도가 최고일 것이다.
나는 일주일에 이틀을 공부나 자기 계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물론 아내에게 너무 늦게 귀가하지 않는 조건으로 동의를 얻었다, 그렇게 나는 퇴근 후 대학원 수업을 들어 학위를 취득했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를 꾸준히 배우는 삶을 살고 있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점진적인 성장이 지연된 완벽함보다 낫다.’라고 했다. 퇴근 후 고단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거창한 일에 도전하겠다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퇴근 후 시간, 힘들이지 않고도 조그만 노력으로 효과가 큰일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자. 그 일이 현재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건강하고 값어치 있는 삶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좋겠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구슬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중에 내가 원하는 모양의 구슬을 찾아 차곡차곡 꿰어나가면, 처음엔 형체를 알 수 없을지라도 어느새 아름다운 목걸이가 되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