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UNGIL큰길 Apr 22. 2021

나는 다시 생활계획표를 만들기로 했다.

나이 마흔에 생활계획표를 만들기로 한 이유


  초등학생 시절 방학이면 늘 함께 하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방학 학습 교재인 ‘탐구생활’이었다. 1979년 처음 발간되어 1998년 폐간되기까지 탐구생활은 당시 초등학교의 대표적인 방학 과제물이었다. 이 책은 방학 동안 매일 한 개의 과제를 자발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되었다. 특히 일상에서 간단한 실험과 흥미 있는 주제에 대해서 직접 탐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과제라는 부담을 느끼면서도 나름 재미있게 탐구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탐구생활의 다른 한 가지 특징은 어느 학년이든 불문하고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 동그라미 모형의 생활 계획표를 작성하게끔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방학 중에 흐트러지기 쉬운 생활 습관을 바로 잡고,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나는 방학 시작과 함께 야심 차게 생활 계획표를 만들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의 활동들을 꼼꼼히 채워 넣었다. 각각의 활동시간에 알록달록 색깔까지 입히고 나면 무슨 작품이라도 완성한 듯 뿌듯해하곤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방학마다 정성껏 만들었던 생활 계획표는 제 기능을 하지는 못했다. 생활계획표 만들기를 과제로서만 인식했을 뿐 그걸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던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계획을 세워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어린 시절의 학습 효과 때문이었을까? 나는 초등학교 이후로는 생활계획표를 만들어 본 기억이 없다. 그저 주어진 시간에 따라 혹은 사회적으로 부여된 역할에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게 계획표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지만, 나는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다시 시간계획표를 다시 만들기로 했다.

      

  시간계획표를 다시 만들기로 한 이유는 바로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기 위해서였다. 다른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시간 확보가 필요했다. 시간 확보를 위해 숨은 시간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시간계획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시간계획표는 나를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계획표를 잘 설계하여 꾸준히 실행에 옮길 수만 있다면 앞서 내가 행복의 조건으로 생각했던 가정, 일, 건강, 돈, 자유 등을 모두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내 인생의 보물 지도 만들기      


  본격적으로 시간 계획을 세우기 전에 다음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하나는 '어떻게 시간을 확보할 것인가?'였고, 다른 하나는 '실패하지 않고 꾸준히 실행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였다.

    

  나는 앞서 하루 두 시간 정도는 시간 조정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충분한지 그리고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목표의식도 뚜렷하고 시간 활용에 대한 의지도 충만했지만 과연 오랫동안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지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 내 마음속에서 다음과 같은 울림이 들려왔다.


 "지금 내가 왜 이 길 위에 서 있는지 벌써 잊었어?"

  

 "그래 맞아. 나는 인생의 변화와 행복을 찾고 있었지. 나는 만족스러운 삶이 어떤 삶인지 고민했었고,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서 몇 가지 조건도 생각했었어. 그것들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자유를 누리는 것, 건강, 일에서의 보람과 같은 것들이었지. 그런데 단순히 시간 조정으로 확보할 수 있는 하루 한두 시간 정도 투자해서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얻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하루에 정해진 시간을 날마다 제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장담할 건데?"

 

  내가 활용해야 할 시간은 비어있는 시간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현재 내가 보내고 있는 모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정말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목표들을 적어보고 그것들을 일상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들에 매치시켜보았다.    


책 쓰기 목표를 성취한다. / 아침 기상 후 50분 동안 글쓰기를 한다. (글쓰기 50분)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독서를 한다. / 출퇴근 운전을 하며 오디오북을 듣는다. (독서 2시간)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 / 업무 시작 전 계획을 세워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는다. (업무효율 8시간)
건강을 유지한다. / 점심시간 산책을 하고, 퇴근 후에는 11층 집까지 계단을 이용한다. (운동 30분)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 퇴근 후 아이와 놀아주고, 아내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가정을 위한 1시간)
경제적 자유를 위해 재테크 공부를 한다. / 쓸데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릴 시간에 재테크 카페나,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재테크 글이나 영상을 본다. (재테크 공부 1시간)

      

  이렇게 작성을 해보니 굳이 일부러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다. 현재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만 조금 변경해주면 꽤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더욱 강해졌다. 이제 시간계획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게 되면 멋진 시간계획표가 만들어 수 있겠다고 생각하자 다시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의 기록을 통해 나와 마주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