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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Dec 15. 2017

디자이너의 통찰력_공감(empathy)


사람에게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통찰력을 얻기 위한 방법은 밖으로 나가 출퇴근하는 사람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온종일 뛰어다니는 택배 아저씨 등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다. 즉, 사람 중심의 사고를 한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무인양품(無印良品)’의 디자이너가 디자인 초기에 조사하는 방법 중 제일 중요시하는 것이 ‘관찰’이다. 소비자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진정 원하는 요구를 알아내고, 그들이 필요한 것을 디자인한다. 하루에 10분을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그 자리에 있더라도 ‘소비자의 삶’이 되는 그런 제품을 무인양품은 디자인한다. 



좋은 디자인은 ‘나 디자인됐어’라고 스스로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랑하는 디자인은 2000년대 후반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했다고 광고한 모 기업의 에어컨, 냉장고의 외관 디자인이다. 에어컨, 냉장고 외관에 유명 디자이너 사인이 있다고 좋은 것인가? 그건 그냥 상점에 간판만 바꾼 것이다. 좋은 디자인적 사고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때 인간 대 제품, 더 나아가서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결코, 포장이 아니다.

[ 일명 '앙드레 김 냉장고'. 출처 : 동아일보 ]


우리는 사람과 어울리면서 느끼는 공통의 감정을 ‘공감(共感, empathy)’이라 부른다. 비슷한 단어로 동정(同情, sympathy)이 있다. ‘동정’은 다른 사람과 마음을 같이 한다는 뜻이지만, ‘공감’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깨닫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깨닫는다는 ‘공감’이라는 이 귀중한 요소는 집중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의 결과로는 나올 수 없다. 예를 들면, 의사가 진단의 나쁜 결과를 통보해주는 전달자 역할만 한다면 ‘동정’이지만, ‘치료’의 목적으로 환자를 대하면 ‘공감’이다. 안 좋은 검사 결과가 나와도 그것의 판을 바꾸기 위해 의사와 환자가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서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 ‘공감’이다.    

 

[ 공감(empathy)과 동정(sympathy) ]



비즈니스 환경에서 ‘공감’은 우선 내부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외부 경쟁자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내부 경쟁력이 키워진다. 어떤 기업이든 시작단계에는 모두가 ‘공감’을 갖고 출발한다. 시작부터 공감이 없으면 한 걸음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안정화되면 ‘공감’은 귀찮아진다. 관리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관리 고도화를 위한 경영 기법들이 도입한다. 전사자원관리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품질관리 (TQM, Total Quality Management), 식스 시그마 (6 Sigma) 관리 기법, 지식경영관리 (KM, Knowledge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법은 기업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런 것은 드러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관료화되거나 모든 문제를 숫자로만 판단하려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점점 기업에서 사람이 사라진다. 직원도, 고객도 모두 하나의 숫자일 뿐이다. 


이런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직원과 고객을 다시 바라보고 그들과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경영자와 팀의 책임자는 디자이너가 소비자를 관찰하여 디자인 영감을 얻듯이, 현장에서 직원과 고객의 일하는 모습과 문제를 파악해 그들과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드는 여러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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