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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Jan 18. 2018

아이디어내기 :
브레인스토밍 vs 브레인라이팅

아이디어는 권위가 아닌 자유에서 나온다


디자인 기업이든, 비즈니스 기업이든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도입해 회의를 한다. 분명 브레인스토밍은 집단의 아이디어를 끌어내는데 효과적인 기법이다. 하지만 회의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자신이 낸 아이디어에 대한 상사의 평가’, ‘남의 아이디어에 무임승차하는 사람들’, ‘너무 많은 인원으로 인한 시간 낭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처럼 권위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브레인스토밍의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로 ‘목소리, 지위가 높은 사람의 의견이 채택’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 하라는 대로 해! (이미지 출처 : shutterstock) ]

미국 심리학 교수인 폴 폴러스(Paul B. Paulus, University of Texas at Arlington)는 집단 토론 방식인 브레인스토밍이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폴 폴러스 교수,  University of Texas at Arlington]
 "직접 대면하는 환경에서 정보와 지식을 완전히 공유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사람만이 한 번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해 제한됩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은 자신이 말할 것을 잊어버리거나 공유 프로세스에 의해 자기 생각에서 산만해질 수 있습니다. 한두 사람이 토론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불균등한 참여가 발생합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150여 개 기업에서 진행된 다양한 사례를 분석, 브레인스토밍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 Mckinsey, 'Seven steps to better brainstorming', March 2011 ]
1) 참석자는 조직의 의사결정 기준을 명확히 파악하고 회의에 참석한다.
2) 올바른 질문을 통해 체계적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3) 직위가 높은 사람이 아닌 토의 주제에 전문 지식을 갖춘 적임자를 선정한다.
4) 참가자를 3~5명씩 나눠 문제를 배분한다.
5) 시작 전 회의에서 기대하는 바를 참석자에게 명확히 전달한다.
6) 그 자리에서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정하지 않는다.
7) 회의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참석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한다.     

폴 폴러스 교수는 브레인스토밍의 효율성을 높일 대안으로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을 제안한다. 브레인라이팅은 독일의 ‘Battelle Institute’에서 개발한 사고 프레임워크로, ‘침묵의 브레인스토밍’이라고도 한다. 아이디어를 말로 하는 대신 글로 작성하여 제시하는 방법이다. ‘6·3·5 법칙’이라고도 부르는 이 방법은 ‘6 : 참가자는 6명 이내’, ‘3 : 주제 1개에 각자 3개 아이디어를 써내기’, ‘5 : 아이디어를 적는 시간은 5분 이내’라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브레인라이팅은 전원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고, 지위나 처지가 달라도 눈치 보지 않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며, 정확한 기록과 시간 관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 방법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포스트잇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적고 책상에 펼쳐놓는다. 아이디어를 종류별로 분류한 다음 세부 내용을 정리한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팀원이 적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브레인라이팅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면 「브레인라이팅(다카하시 마코토 지음, 송수영 옮김, 이아소, 2010)」을 참조하기 바란다.     



그나마 국내 디자인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브레인스토밍이 잘 이루어진다. 손으로 그린 스케치로 브레인스토밍을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찾은 성공 요인은 다음 세 가지다.


1) 브레인스토밍 전 사전 준비 : 

디자이너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바로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시작하지 않는다. 프로젝트에 참여할 팀원에게 사전 정보를 주고 아이디어를 생각할 시간을 준다. 팀장, 팀원 모두가 사전에 준비하고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는 항상 새로운 것이다. 팀장이든, 팀원이든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적인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찾고 아이디어를 가지고 회의에 참석한다.


2) 말이 아닌 손으로 이야기하기 : 

디자이너는 브레인스토밍하기 전에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회의에 참석한다. 도전적인 젊은 디자이너는 손으로 만든 모형까지 준비한다. 회의가 시작되면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케치와 모형을 가지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 참석자 모두가 눈으로 아이디어를 바라보기 때문에 일반 기업처럼 목소리 큰 상사 의견이 채택될 경우가 줄어든다. 

[ 건축가의 아이디어 스케치 : Helmut Jahn ]

3)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낼 기회 : 

디자인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결정된 아이디어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진행하는 단계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낼 기회가 많다. 디자이너는 디자인 개념이 결정되면 바로 그다음 해야 할 일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는 사람이다. 디자이너에게 프로젝트란 자기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노력한다.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회의라면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권위", "틀림", "책임"이다. 권위를 가지고, 대방 아이디어의 틀림을 지적하면서, 책임질 수 있냐고 다그치는 회의에서 나올 결과는 뻔하다. '브레인스토밍'은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기존 관행, 습관, 절차를 벗어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다. 정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싶다면 회의를 주관하는 관리자의 마음가짐이 바뀌어야한다. 결정을 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통찰력을 얻기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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