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미리 준비하자.
"돌격, 앞으로"라는 명령을 받고 정신없이 적진으로 뛰어든 병사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혼자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주변에 동료는 아무도 없고 적군들만 가득하다. 이 병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두 가지 뿐이다. '두 손 들고 투항하거나', '장렬히 전사하는 것'. 오래된 전쟁영화에서 자주 나왔던 장면이지만 조직이라는 전쟁터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그것도 경쟁자와의 전쟁이 아닌 내부 전쟁에서...
'절이 싫으면 중이 나와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회사'가 싫으면 '회사원'이 나와야 한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에 불만은 엄청 많으면서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두 손 들고 투항했지만, 마지막 자존심을 내세우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한다.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 정답도, 멋있는 것도 아니다. 25년간 직장생활을 스스로 박차고 나와 세상을 마주했더니 난,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어린애였다. 월급쟁이 생활에 길들어져 혼자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수입도 없는데 왜 이렇게 건강보험비는 많이 내야 하는지, 세금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쪼개고 또 쪼개어 쓰는 방법만 아는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절'이 망하지 않는 이상, 떠나고 싶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버틸때까지 버티는 것도, 더러워서 떠나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한 방법이다. 하지만 내가 '오너'가 아닌 상황에서 '직장'이라는 절은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그래서 모든 직장인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언젠가는 떠나야 하기 때문에, 미리 미리 혼자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하자. 최소 떠나기 1년 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