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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Mar 22. 2018

살아가는 힘이 내가 아니라 타인일때...

교체되는 톱니바퀴

2018년, 봄이 왔다. 올해는 봄을 마음껏 느낄 수 있을것 같다. 걷다가 따스한 봄 햇살이 느껴지면 벤치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물론 그것은 '버림'으로 얻은 작고 소중한 행복이다. '월급'이라는 달콤한 '악마 사탕'을 1년전에 스스로 버린 결과다. 


90년 초반, 월급을 현금으로 받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은 아내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았지만, 월급이 온라인 입급되면서 그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00 아빠, 오후 4신 데 월급이 안 들어왔네?"라는 전화만 안 받아도 다행이다. 그런 '월급'을 지난 해 버렸다. 더 이상 '월급'이라는 마약에 빠져 한 달, 한 달 보내다가는 점점 바보가 될 것 같아 아내, 애들과 의논 끝에 '직장'이라는 우산을 버렸다. 우산을 버리는 날, 술 한잔 먹고 노트에 쓴 글이다.

살아가는 힘이 
내가 아니라 
타인이라 느껴질 때

우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시,
내가,
삶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타인에 의해
돌아가는 톱니바퀴는
닳아지면 교체될 뿐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세상은 여전히 돌아갔고 내가 싫어서 그만둔 것이라 실업급여 신청도 못한다. 퇴직금이라고 있는 것을 꽃감 빼먹듯이 하나 둘 씩 빼먹기 시작하니 슬슬 걱정된다. 아내는 '걱정말라'고 하지만 표정은 안 그렇다. 오죽하랴, 25년을 남편과 애들 뒷바라지한다고 전업주부로만 생활했는데...'미안하다'. 

"여보, 하지만 언젠간 닥칠 일이고 미리 준비한다고 생각해." 우리 '세상 욕심' 버리면 살만할거야. 


'직장인'으로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은 남이 시키는데로 살아온 시간이었다. 

그 속에서 남들보다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려고 야근, 철야를 했다. 

직장을 버린 지난 1년은 금전적인 부족함은 있었지만 오롯이 '나'와 '가족'을 위해 보낸 시간이었다.


'나'를 위해 책을 쓰고, 

그 책이 서점 매대에 놓여있는 것을 보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고

'가족'과 함께 

밥먹을 시간이 많아져 진짜 '식구(食口)'가 되었다.

이게 내가 살아가는 진짜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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