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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Apr 05. 2018

기업이 단순함을 추구할 수 있을까?

단순하면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 기획과 제안 업무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간섭사항이 많아진다. 직접 하기는 부담스럽고 CEO에게 잘 보이고 싶은 임원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그런 임원은 CEO가 참석하는 검토회의라도 열리면 “자기가 이런 의견을 냈는데 반영하지 않았다”라고 회의 석상에서 실무자를 질책한다. 진행상황을 잘 모르는 CEO는 임원을 거든다. 다 반영하라고 한다. 연초에 내세운 ‘단순함을 통한 업무 혁신’이라는 경영 방침은 구호에 그친다.

[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CEO, 달콤한 말만 하는 임원_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


조직 규모가 커지면 관리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절차를 만들고 각종 지침이 만들어진다. 관리를 관리하기 위한 자리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CEO는 다시 혁신을 외친다. 하지만 임원은 움직이는 척만 한다. 새롭게 만든 각종 TF에서 쏟아내는 혁신 보고서는 날로 늘어간다. 실무자들은 기존 업무에 혁신 과제까지 추가되어 야근과 철야를 거듭한다. 밤늦게까지 회사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본 CEO는 흡족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단순함을 추구할 수 있을까?


‘이케아(IKEA)’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1926~2017)는 기업은 복잡성과 관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케아가 끝까지 가져가야 할 기업문화에 대해 자신이 직접 쓴 책 「작은 이케아 사전(A Little IKEA Dictionary)」에서 단순함과 관료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 이케아 창업자 : 잉바르 캄브라드 (Ingvar Kamprad, 1926~2017) ]
“단순함이란 단어에 숨어 있는 핵심은 효율성, 상식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하는 것이다. 단순하다고 느끼면 복잡한 해결책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규칙이 적을수록, 지침이 짧을수록 쉽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설명이 짧을수록 쉽게 이해하고 만들 수 있다. 단순한 습관과 행동은 이케아 문화의 하나다.”
“관료주의는 문자 그대로 ‘책상의 힘’을 의미하며, 그것은 형식적인 탁상행정을 말한다. 우유부단함, 분석, 프로젝트 그룹 그리고 끝없는 토론에서 잘못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복잡한 체계와 규칙은 회사가 마비된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위원회, 보고서, 서류 작업은 많은 시간, 에너지 그리고 비용이 든다. 의사 결정권을 가진 작은 팀은 느린 관료주의에 대해 한 방 먹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CEO를 인터뷰하면서 단순함의 중요성을 파악한 조선일보 기자 이지훈은 「단(單)-버리고, 세우고, 지키기」에서 기업경영의 단순함에 대해 세 가지로 정의했다. 

첫째, 단순함은 불필요한 것을 모조리 제거하고 오직 핵심만 남겨놓은 상태다. 

둘째, 단순함은 중요하지 않은 것에 맞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셋째, 단순함은 남의 기준이나 가치를 걷어내고 나만의 가치를 세우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나만의 가치를 ‘세우고’, 마지막으로 어떤 고난에도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버려라 · 세워라 · 지켜라’를 ‘단(單)의 공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개인 생활은 물론, 기업경영에서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이 단기간의 유행이나 구호로 그쳐서는 그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지속성이 있어야 힘을 발휘하며, 그 힘이 나타낼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있어야 그 열매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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