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학교가 그리울 때가 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 의미없는 회의와 야근, 쓸데없는 각종 보고서, 보기 싫은 사람을 매일 봐야하는 고통에 지칠 때면 학교 생활이 그리워진다. 특히 대학생활이 더욱 그립다. 물론 대학생활에서도 정해진 수업시간, 시험, 리포트 등이 스트레스로 다가 오지만 자기 선택에 의해 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 안하고 싶으면 안 할 수 있는게 대학이어서 좋았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돈을 내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돈'을 내고 '지식'을 얻는 것이라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는게 대학이라면, '지식'을 팔아 '돈'을 받는 '회사'는 돈을 받고 싶으면 계속 다녀야 하는 걸까? 여기서부터 자본주의 논리가 슬슬 작용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돈'때문에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 속에서 난 25년을 보냈고, 그런 삶이 싫어 스스로 걸어 나왔지만 그 '돈'때문에 다시 월급쟁이를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밥벌이의 지겨움'을 말해준 소설가 김훈의 말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인간의 삶이 '돈'을 주느냐, 받느냐에 따라 너무 차이나는 세상이되어 버렸다. '돈'이 신이 내려주는 은총처럼 여겨지는 사회다. 내가 돈을 준다는 이유로 그 돈을 받는 사람을 노예처럼 부려도 되는 세상이 되버렸다. '돈'은 사람들의 세상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건데, 우린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돈 없어서 좋은 학교 못다니고, 좋은 학교 못다니니 취업하기 어렵다는 말이 일상이 되버렸다. 대학이 월급쟁이 양성소도 아닌데..
'돈'받고 다니던 회사에서 생긴 일이다.
임원중 한 명이 자신이 하던 프로젝트가 잘 풀리지 않자 내가 하던 일을 자신이 하면 잘할수 있다고 경영진에게 이야기해 내 업무가 바뀐 적이 있다. 경영진은 당연히 그렇게 하라고 했고 난 졸지에 '팀장'에서 '코디네이터'로 변경되었다. 그래도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와서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성공하는게 제일 큰 목표니까... 열심히 도와주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의욕으로만 되는게 아니다보니 추진하는프로젝트마다 수주에 실패했다. 3개 프로젝트가 실패하니 임원은 슬슬 발을 빼기 시작했고 모든것은 1년전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동안 버린것은 시간과 인건비고 더 많이 잃은 것은 사람들의 열정이었다. 그 동안 소비된 회사 자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런게 인력 중심 수주 회사의 현실이다. 어차피 남는 인력인데 활용해야 되고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열심히 일한 직원 탓하면 그만이다.
자본주의 정신에 제일 민감한게 민간기업인데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원 낭비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전혀 그렇치 않을 것 같은데도 말이다. 이런 현상은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 회사도 정치 사회랑 똑 같으니까. 왜냐고? 정치인은 국민의 낸 세금으로 자기 생색내는 사람이고, 기업 임원은 직원 열정으로 자기 연봉 올리는 사람이니까.... (모든 정치인, 기업 임원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니까 지레 겁먹고 오해하지 마시길.)
세상이 난리도 아니다.
그놈의 '갑질'때문에...
'갑'과 '을'의 관계는
계약서의 문구를 고치고
잘못하면 구속한다고
으름장 논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당신때문에 내가 '돈'을 번다는
생각을 가져야 되는데
가진 사람은 변할 생각이 없고
없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면
집에 가란다.
주고 받는 '돈'이 아니라
서로 노력해서 얻은 '돈'을
하늘 앞에서 공평하게 나누는
진짜 '돈'이 되는
그 시간이 우리 애들에게는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