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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Nov 15. 2018

아내가 알바를 시작했다

친구처럼

동생처럼

그렇게 결혼 했다.


두번만 구르면 

안방과 거실과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조그만 공간에서

딸과 아들을 키웠다.


나보다 더 세상 감각이 있는

아내 덕분에

다가구 전세에서

18평, 32평 내 집으로 옮긴다.


그러는 동안

애들은 대학생이 되고

졸업하고 

군대를 간다.


애들이 다 컸다고 생각하니

25년

직장생활이 

의미를 잃어간다.


퇴사를 한다.

나를 찾는다는 이유로

이젠 내 하고 싶은 일 하고 싶다고.


매 달 들어오던 월급은

0원이 됐는데

내야할 의료보험비는 

왜 그리 많은지...


1년이 지나자

아내가 알바를 시작한다.

일주일에 15시간 초과하면

주휴수당 줘야하기 때문에

이틀만 일하는 알바를...


그동안

내가 한 일은

팔리지 않는 책 한 권 쓴 것 뿐.


25년 월급쟁이만 한 사람에게

세상은 자유를 주지 않았다.

아니, 준비하지 못했다. 


알바하러 출근하는

아내의 뒷 모습을 본다.

점심먹으러 오는 모습을

볼 수 가 없어

뚝방 길을 걷는다.


웃고 싶고 

울고 싶다.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다시

다시

다시 시작해야 하나.

영혼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같은

그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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