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처럼
동생처럼
그렇게 결혼 했다.
두번만 구르면
안방과 거실과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조그만 공간에서
딸과 아들을 키웠다.
나보다 더 세상 감각이 있는
아내 덕분에
다가구 전세에서
18평, 32평 내 집으로 옮긴다.
그러는 동안
애들은 대학생이 되고
졸업하고
군대를 간다.
애들이 다 컸다고 생각하니
25년
직장생활이
의미를 잃어간다.
퇴사를 한다.
나를 찾는다는 이유로
이젠 내 하고 싶은 일 하고 싶다고.
매 달 들어오던 월급은
0원이 됐는데
내야할 의료보험비는
왜 그리 많은지...
1년이 지나자
아내가 알바를 시작한다.
일주일에 15시간 초과하면
주휴수당 줘야하기 때문에
이틀만 일하는 알바를...
그동안
내가 한 일은
팔리지 않는 책 한 권 쓴 것 뿐.
25년 월급쟁이만 한 사람에게
세상은 자유를 주지 않았다.
아니, 준비하지 못했다.
알바하러 출근하는
아내의 뒷 모습을 본다.
점심먹으러 오는 모습을
볼 수 가 없어
뚝방 길을 걷는다.
웃고 싶고
울고 싶다.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다시
다시
다시 시작해야 하나.
영혼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같은
그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