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딸과 엄마의 기나긴 전쟁에서, 1차전은 딸의 승리다.
난? 이쁘면 좋고, 말 안 들으면 싫은, 이중 인격의 대한민국 남자다.
태어난 지 두달된 고양이를 지인에게 분양받은 딸은 일주일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잔소리해도 치우지 않던 방을 스스로 치우고, 엄마한테는 밥도 한 번 안사더니 고양이 용품이 하루에 두개씩 도착한다. 엄만 삐진다. 난, 아직도 관망중이지만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건 나도 처음이다. 걱정된다.
이 놈이 드디어 어제 왔다.
이제 시작이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주인인지
누가 모시고 사는건지는
우리 가족이 결정할 수 없다.
집에 온 이상
결정은 이 놈이 하니까.
이름을 '단지'라고 지었다.
'애물단지'의 그 '단지'다.
아직은 얼굴 보기 힘들다.
스치듯 지난간 단지의 얼굴을 스케치한다.
이 놈(?)이
식구가 될지
애물단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