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속으로 이겨내는 걸음걸이
뚝방길
걷는 사람은
풀지 못한 보따리를
가진 사람이다.
TV나 신문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보따리를
뚝방에
뿌리고
밟고
다시 거둬 들인다.
내 아픔은
내가 치료해야 하는 상처이기 때문에.
누군가
이야기한다.
'상처는 치료되도 흉터는 남는다'고.
다 치료된 상처지만
남에겐
흉이 되고
지울 수 없는
무거운 보따리로 남는다.
국토종단 대장정도 아니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아니지만
뚝방길에
보따리 상처를
하나 하나 풀어 놓는다.
이 길 아니면
걸을 수도 없기에.
나만 아는
상처를 치료하고
남들도 아는 흉터에
내가 둔감해질 때까지
남의
거름이 되려고
오늘도
뚝방길을 걷는다.
아파트 사이로
보름달이
날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