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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Jan 04. 2019

'단지'가 집에 왔다_호기심

잃어버린 호기심을 찾아


집에 온 지 열흘만에 집안을 점령한 '단지'의 호기심은 놀라울 정도다. '고양이의 호기심은 엄청 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놀라울 정도다.

집안에 있는 모든 것, 눈에 보이는 새로운 것은 직접 냄새맡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침대밑, 책상위, 흔들의자, 장식장 등 자신이 돌아 다닐 수 있는 곳은 다 디니며 확인하고 실험(?)해 본다. 항상 잠을 좋아해서 자는 줄 알았는데 본능적인 호기심은 감당할 수가 없나보다.  예전에 강아지는 많이 키워봤지만 주로 시골집 밖에서만 놀았지 '단지'처럼 집안에서 키우는 건 처음이어서 행동 하나 하나가 놀랍다. 오늘 새벽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거실로 나와보니 범인은 사라지고 녹차를 넣은 도자기 그릇이 놓여있다.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정말 '애물 단지'가 맞다고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단지'는 침대 밑에서  무얼 그리 찾는지

[ 뭔가 중요한 것을 찾는 것 같은데, 난 잘 모르겠다 ]

흔들의자에 무슨 생각으로 앉아 있는지

[ 잘 뛸려고 고민하는 중이겠지? ]

아빠 책상 물건의 궁금함을 넘어

[ '이 아빠가 공부는 하나 '감시하는 건가? ]

내가 보는 성경책까지 읽을려고 한다.

[ 하나님의 좋은 말씀이 어디있지?  궁금하네 ]


강의할 때 쓰는 레이져 포인터로 놀아주었더니 정신이 없다. 

[ 도리 도리하는 '단지'. 좀 더 연습하면 춤도 추겠는데 ]

고양이는 정말 호기심의 대왕이다. 나도 저런 열정적인 호기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호기심,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모든 것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우린 호기심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학교에 가고, 정해진 과목을 공부한다. 그래야 비교하기 쉽고, 평가하기 쉽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나면 호기심을 창의력으로 키울 수 없는 제도화된 틀 안에서 우린 16년을 공부한다. 새로움을 시도할 호기심과 도전은 점점 사라진다. 틀 안에서, 갇힌 어항 속에서 메기가 좇아오는 데로 움직이기 바쁘다. 그런 세월을 30년 보내고나면 호기심은 그리운 옛날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 남자들은 은퇴 후 가문의 족보와 우리나라의 역사에 많은 관심을 둔다. '나는 못 했지만 우리 조상은 호기심으로 세상을 호령했노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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