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근 Jan 08. 2019

'단지'가 집에 왔다_눈에 밟힌다

보고싶고, 걱정되고...


집에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듣고 약속도 취소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왔다. 혼자 있을 '단지'가 눈에 밟혀서다. 고양이가 혼자서도 잘 논다고는 하지만, 3개월이 채 안 된 어린 '단지'가 자꾸 걱정된다. 집에 와서 "단지야?"하고 부르니 딸 방에서 고개를 내민다. 바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이냐옹", "이냐옹" 하고 대답한다. 서너 시간을 혼자 있었을 '단지'를 생각하니 괜히 미안하다. '단지'를 데려올 때 딸과 아들이 모든 양육을 책임진다고 했는데, 정작 제일 많이 놀아주는 건 엄마, 아빠다. 딸은 카톡으로 '단지'안부를 묻는게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단지'는 딸이 집에 오면 딸 침대위에서 잔다. 이럴땐 서운한 감정이 든다. 마치 예전에 애들이 나랑만 있을 때는 내 품에서 잘 놀다가 엄마가 오면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이랑 똑 같다. 그래도 어쩌랴! '단지'가 집에 온 이후로 밖에 있으면 '이 놈이 뭘하고 있나?' 생각나고,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며 혼자 웃고 있으니...

[ 모니터  바탕이미지 캘리처럼 '단지야, 사랑하면 행복해집니다' ]

어린 생명이 집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경이로운 일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노는 모습에 즐거워하고, 아픈 모습에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른다. 정신없이 자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여워 손가락으로만 살짝 건드린다. 깰까 봐서.

'단지'가 조금만 안 보여도 어디 있나 찾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내 얼굴에 미소가 넘친다. '단지'가 조심히 다가와 내 무릎에 쪼그려 앉으면 난 행복해진다. 하지만 20분만 지나면 무릎이 저려와 조용히 아내에게 넘긴다. 잘못하다 관절염 걸릴까 봐...

하지만 1년, 2년 지나면 우리 애들이 커왔던 것처럼 크면 나와 '단지'도 무덤덤 해지겠지. 그때부터는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사는 거다. 눈 빛만 봐도 아는 그런 사이, 손잡고 앞을 바라보며 같이 걸어가는 가족이 되는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지'가 집에 왔다_호기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