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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lly Dec 23. 2020

일 하는 엄마, 아기 보는 아빠

문득 뭐가 더 힘든 노동일까?

읽는 이의 흥미를 돋우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제목을 뽑기는커녕 글의 재미를 1도 고려하지 않은 제목을 훌렁 적고 보니,  나는 이제 그런 섬세함을 잃어버린 아줌마가 되어버린 건가.


쓸데없는 말을 차치하고 맞다. 나는 일이 하고 싶어 조금 과장하면 핏덩이 아기를 놓고 직장을 구했다. (일을 시작할 당시 아기는 20개월, 뛰어다니고 있었다) 임신 출산은 내 오랜 과제였다. 결혼 후 직장 생활을 길게 유지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도 이거였다. 아기가 처음 왔을 땐, 모든 걸 얻은 것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내 삶'에 대한 욕구가 컸다. 하지만 현실은 어디에 내놓을만한 커리어 따윈 없었다. TV에서나 들었던 경력단절녀였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을까. 사실 사회 초년병처럼 취업을 하기 위해 여러 곳에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진 않았다. 그저, 아! 여기라면 집에서도 가깝고 괜찮을 것 같은 느낌대로 원서를 써냈는데 턱 붙었다. 운이 좋았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남편의 휴직 때문이기도 하다. 육아휴직 이후 계속 휴직 중인 남편은 앞으로 회사에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 나의 재취업에 크게 반기를 들기는커녕, 그래 내가 살림 잘해볼 게의 뉘앙스를 풍기며 

하나밖에 없는 집 차를 내게 건넸다.  


합격 전화를 받고 나자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기는 남편이 본다 해도 하루종이 놀기 힘드니 어린이집을 빨리 알아봐야 했다. 아파트 단지 가정어린이집이 딱 좋지만 코로나로 폐업을 해서 옆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그것도 처음 방문을 간 날. 


"단이야! 이제 어린이집에 갈 거야. 거기 가면 선생님도 있고, 친구들도 있어. 밥도 맛있고 재미있게 놀다 오는 거야."


아이가 알아듣던 아니던, 시간 날 때마다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네가 가게 될 어린이집은 이런 곳이야, 저런 곳이야. 아이는 잘 이해하는 듯했다. 어린이집 적응 첫날 전까지는...


이제 20개월의 아기의 첫 사회생활. 엄마는 두근두근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갔다. 적응기간에는 보호자와 두어 시간 보내고, 몇 주 지나고 반나절 놀다 오고, 후에 낮잠까지 자면 완벽 적응인 거다. 

첫날. 어린이집 현관문에 들어선 아기는 낯선 곳의 냄새를 느낀 걸까. 내게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내 손을 잡아 현관 쪽을 가리키며 가자고 한다. 


20개월 만의 첫 현타. 

'그래, 이곳이 앞으로 네가 놀고먹고 자고 하는 공간이야. 천천히 적응하렴. ' 이런 엄마의 마음과 달리 아이는 본능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없이 그곳에서 혼자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20개월은 아직 너무 어린 걸까. 


당장 다음 주부터 출근해야 하는데, 내 마음은 꽤나 불편하기만 하다. 그렇게 일주일 적응기를 끝내고 아이는 아빠 손에 이끌러 어린이집에 갔다. 오후 내내 어린이집에 놀다가 아빠가 데리러 가고, 집에 아빠와 돌아와 아빠가 주는 간식을 먹고, 저녁까지 먹고 놀고 있음 그제야 엄마가 온다. 


아이는 엄마의 부재에 너무 빨리 적응했고 하루의 대부분을 아빠와 보내는 아이는 주 양육자를 아빠로 인식. 이제 엄마가 퇴근해도 크게 기뻐하지 않게 되었다. 이게 일 하는 엄마의 비극인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어린이집 적응기를 따로 올리겠지만 현재 단이는 어린이집에 완벽 적응해 낮잠까지 푹 자고 오게 되었지만, 그사이 코로나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원에 보내지 않고 긴 겨울 아빠와 함께 집에서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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