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그땐 그랬겠지. 훈육은 언제 하나요?
아이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다. 실제 아이가 느끼는 시간은 느릴지언정, 엄마의 시간은 빠르게 간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기쁜 일 이지만 긴 인내의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의 대근육 소근육이 언제 그리 발달했는지... 높은데 기어올라가고, 위엄한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엄마의 '안돼'라는 말에 인상을 쓰기 시작한다면 그건 바로 훈육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려준다. 한마디로 '말 귀' 다 알아듣고 있으니 적절한 훈육 타임을 가져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22개월을 막 지난 우리 아이 역시 어느 순간부터 떼가 늘기 시작했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울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 지 어언 4,5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훈육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밥 먹다 숟가락을 집어던지거나, 갑자기 TV나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질 않나... 그때마다 엄마는 '이때다' 하고 훈육에 들어갔지만 번번이 실패하고야 말았다. 아이는 엄마의 언어와 눈빛을 이해하지 못했고, 16,17개월 아이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나 싶어 중간에 늘 포기하고 만 것이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22개월 아기는 요리조리 훈육 타임을 피하기 바쁘다. 본인이 좋아하는 건 그리도 잘 알아듣고 행동하면서, 뭔가 이상한 분위기, 그 낌새를 눈치채고 도망 다닌다. 본능적으로 본인이 잘 못한 걸 알고, '아! 혼나는 타이밍 이구나' 를 아는 걸까?
그날도 그랬다. 밥 다 먹고 본인 포크를 갖고 놀던 아이는 급기야 포크를 이 사이에 넣고 구부려 버렸다. 엄마는'그러면 다쳐, 안돼!' 하고 아이의 포크를 뺏는 순간 아이가 손을 날려 엄마 얼굴을 때린 것이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금이야!' 부부의 마음이 통했을까, 아빠는 아이를 하이체어에서 꺼내 소파 옆 벽으로 데리고 갔다. 그렇게 시작된 훈육 타임.
'엄마 미안해요, 할 거야?'
아이의 저항은 거세다.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는 아빠를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아빠는 지지 않고 '엄마 미안해요, 할 거야?' 묻는다. 평소 같으면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아이는 거세게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 보다 못한 엄마가 가니, 엄마에게 달려와 안기는 아이. '엄마한테 미안하지? 그럼 미안해요, 해야지.' 아이는 대답 없이 안겨서 운다.
이 싸움의 승자는 누구일까? 우리는 훈육을 한 거긴 한 걸까? 아이는 본인의 행동이 잘 못 됐다고 느끼긴 했을까.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이 떠나지 않는다. 나름 소통과 공감을 잘하는 우리 부부지만, 훈육의 상황은 너무 어렵기만 하다. 내 감정을 무시한 채 아이의 감정에만 공감해 줄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어느 정도가 적당 한 지에 대한 고민도 들기 때문이다.
누구는 '그 시기는 다 그래.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말하기도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자아가 형성되면서 고집이 생기는 시기를 지나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자라나게 되겠지. 양심이라는 것도 성장할 테고... 옳고 그름은 없지만, 가족 안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룰은 있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모든 걸 다 허용해주고, 기다려주는 또래 부모를 보면서 한 때는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이를 키우면서 확인됐다. 나는 그런 인내심을 가진 부모가 아니기도 하지만, 적절히 개입해 이 행동이 아니라는 것쯤은 아이의 언어로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그 아이의 언어는 평생 이해 못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오늘도 우리 부부는 훈육 이야기로 침대에 누워 대화를 하다 잠들 것이다. 경험이 없는 초보 부모라 그렇겠지 서로 위로하고 다독이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