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 많은 집

그리운 우리집

by 바보

오늘은 작심하고 땡땡이 치기로 했고 또 했다


미국 대사관은 이미 가 봐서 늦는 다는 것을

다 알거고... 애초부터 회사에 선수를 쳐 놨으니

빨리 끝내면 빈대떡 소주가 기다리는 오늘 하루


예전이나 지금이나 짜증나는 전경들 모습에

줄서서 기다리는 내가 화가 나는 하루로 변했지만

참 이상한 느낌도 드는 하루다

내가 여기서 비자 받으려고 줄서서 기다리고 있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한 웃기는 하루다


내가 살던 중학동 집은 허물어져 카센터로

수송 국민학교는 종로구청으로 변해 있었다

다행히 몇몇 집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옛 생각을 그려보는 하루가 그나마 다행인 오늘이다


언제 다시 올지 몰라도 그 땐 또 달라 지겠지만



남산 한옥마을 홍보용 시민 작품이지만 진짜 딱 우리집이다

장독 많은 집


우리 집은 대문이 많았읍니다

기와를 뒤집어 쓴 큰 대문은 열기조차 힘 겨웠고

둥글게 닳아 맨질 맨질한 거치장스런

그런 문 지방을 몇개 지나 낮은 담벼락 따라 걸으면

우리 집 작은 아치형 나무 대문이 나왔읍니다

사극에나 나오는 돌 담벼락 위 낡은 기와와

세월 먼지 뒤 집어 쓴 빛 바랜 나무에

깜장색이 정겹고 동그란 손잡이 대문 입니다


대문을 넘으면 반기던 누렁이는 좋다고 반기지만 나는 왜 그때는 그렇게 무서 웠는지 모릅니다

돌맹이 집어들어 장독대 반대편에 던져

누렁이 속이고는 잽싸게 마루 위로 줄행랑 치던

내 어린 시절이 그리운 우리 집 입니다


마당 한 가득 장독대에는 빈 장독들이 또 한 가득

작은 약탕기부터 어른 열은 들어갈 장독까지

잿 빛 장독들이 수줍게 나름 질서있게

멋 없이 앉아 있었읍니다

누렁이 목 줄 잡히면 내 놀이터 수십개 장독들

모를 겁니다 혼자하는 술래잡기의 재미를

혼자 찿는 술래의 외로운 마음을

그래서 우리 집은 장독이 있는 집 이었습니다


한 그루 소나무

묵화에서나 볼 법한 잘 생긴 소나무 한 그루의 그늘

내 기억 속에서는 그림 아니 추억 입니다

풍요롭고 평화롭기만 한 장독들

시인처럼 아름다운 시어들은 나 에게는 없지만

나는 보았습니다

장독대에 쌓인 아름다운 나만의 춘하추동 사계를..

장독들의 말없는 부끄러운 정담을 말 입니다


상상해 봅니다

내 어릴적 장독대에 쌓인 눈의 풍요로움과

소나무 위 잔설의 아름다움을

언젠간 꼭 다시 아름다운 시어로 다시 쓰는

광화문 바로 앞 동네 장독 많은 우리집을...

이름 모를 작가의 소나무 사설

작심하고 찾은 빛 바랜 묵은 화첩과 화구들 사이에 보이는 추억 조각들...

또 잊혀지겠지만

내가 나를 90년 여름으로 찾아가 보는 시간 입니다


김나리님의 풍경 수채화 작품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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