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버린 한잔의 기억
가지 끝 녹은 눈이 이쁩니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이쁩니다
온통 하얀 세상 살짝 녹는 눈이 너무 이쁩니다
너른 앞마당 까치 발자국이 사랑스럽습니다
화단에 쌓인 눈이 이뻐
눈내린 기억속에 친구와 소풍을 떠납니다
그리고
매년 이맘때쯤 내리는 눈은 너무 이쁘지만 슬퍼
편지를 또 씁니다
어이! 친구
오랜 만일세
사는게 뭔지 또 한동안 옛 이야기 잊고 산 것 같으이
그러게 왜 서둘러 잘가란 잘있으란 인사도 없이
먼저 간건가
오늘은 자네가 그리 좋아하던 눈이 내려 그림그리기 좋은 날이지만
커피 한잔 눈 녹아 떨어지는 물방울이 이쁠 틈없이 눈 내린 앞 마당 치우기 바쁜 날이었다네
그리고
문득 자네 생각이나 펜을들어 적고 있지
그곳에서는 캔버스 물감 살돈 걱정없이 그림그리며 잘 지내지?
추억이 쌓이면 좋은 기억도 슬픔이 되는것 같으이
자네 생각에 오랜 만에 담배를 입에 물었지만
담배 연기가 오늘은 신통치 않네
자네 때문인것 같으이
물어내시게
응근슬쩍 눈와 좋고 소주한잔 오뎅국물과 친구가 있으니 좋다는 말도 하지 마시게나
앞에 놓인 빈 소주잔이 거무칙칙하거든
아마 창밖에 녹아버린 눈들이 어지러워 그렇겠지만
그보다는 너무 오래되었다고 아그리파 닮은 자네가 인상쓰고 있기 때문일 것 같네
눈내린 오늘 나는 그렇다네
눈 녹아 떨어지는 물방울 같은 추억땜에 그렇다네
자네보다 세배나 더 눈 쌓인 거리를 보지만
거의 새우깡 나이만큼이나 쌓인 이슬속에
자네와 쌓인 슬픈 기억은
그리운 추억 하나에 쓴 소주 딱 한잔뿐인 것 같아
좀 그렇지만
눈녹은 거리에 가로등이 이쁘다고
멀정한 버스 놔두고 생으로 걸어 건너던 한강다리
카드 연하장 판다고 쫒겨나도 들어가던 다방
손그림 설경이 이쁘다고 사주던 형 누나들 보다는
자네 생각하며 한잔쯤은 괜찮을 것도 같네
마셔버린 한잔속에 짧은 추억이 있고
내 기억속에 아직 친구가 있으니까 말일세
항상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렇게라도 한잔씩 하세나
이젠 눈이 녹은건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떨어지는 해지는 조금은 이른 술집에서
올드팝 때문인지 괜히 센치해지는 것 같으이
술에 취한건지 추억에 취한건지
유리창에 비친 어떤 한 지친 청년의 모습이
갑자기 더불린 사람들 한 구절 같기도하고 말일세
무튼 애증 섞인 눈은 올 마지막이라는데
내년에도 눈은 오겠지
그때 또 보고
아님 또 다른 한잔의 추억이 떠오르면 더 좋고 ㅎ
그때 내 또 편지 함세
어이! 친구 졸립네
바보같이 ㅋㅋ 자야 할까봐
이젠 잔 들어 남은 추억 담은 막잔을 비우세나
2018-02-23 좀 이른 술집
제임스 조이스 단편 '더불린 사람들'의 한구절이 생각나 제목을 인용하였슴을 밝혀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