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보시집

호박 꽃

그렇게 호박 꽃은 늙어 간다

by 바보
내 놀이터 뒤에 핀 호박 꽃 밭 입니다




참 시골스러운 호박 꽃

하나 버릴게 없는 노랑 촌스런 꽃은

그냥 말 없이 웃는 모습이 누구를 닮아서

더 정겹다


새벽 깨우는 부지런한 호박 꽃

시골 집 짜투리 땅 어디든 피어나는 생명력에도

행복을 기다리는 수즙음이 숨어있어

아침이면 누구보다 일찍 곱게 꽃 단장한 모습이

기다림보다 더 애처롭다


애 호박 품은 호박 꽃 핀 울타리

아침 해 뜨면 지나는 삽살개 무심한 듯

고개 돌려 꽃 망울 져 버리는 일편단심이 있어

새색시 고운 얼굴을 넓은 꽃잎에 묻는다

그렇게 호박 꽃은 늙어 간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너른 잎새 만큼이나 너그럽고 풍요로운 호박 꽃

한 여름 넉넉한 마음 깃든 꽃 밭에

님 기다림에 지쳐 늙었어도

남겨놓은 늙은 호박에 사랑을 담고 떠난다


그래서 호박 꽃은 밭에서 피는가 보다


-명절 밑 호박전 부치는 노인정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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