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호박 꽃은 늙어 간다
참 시골스러운 호박 꽃
하나 버릴게 없는 노랑 촌스런 꽃은
그냥 말 없이 웃는 모습이 누구를 닮아서
더 정겹다
새벽 깨우는 부지런한 호박 꽃
시골 집 짜투리 땅 어디든 피어나는 생명력에도
행복을 기다리는 수즙음이 숨어있어
아침이면 누구보다 일찍 곱게 꽃 단장한 모습이
기다림보다 더 애처롭다
애 호박 품은 호박 꽃 핀 울타리
아침 해 뜨면 지나는 삽살개 무심한 듯
고개 돌려 꽃 망울 져 버리는 일편단심이 있어
새색시 고운 얼굴을 넓은 꽃잎에 묻는다
그렇게 호박 꽃은 늙어 간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너른 잎새 만큼이나 너그럽고 풍요로운 호박 꽃
한 여름 넉넉한 마음 깃든 꽃 밭에
님 기다림에 지쳐 늙었어도
남겨놓은 늙은 호박에 사랑을 담고 떠난다
그래서 호박 꽃은 밭에서 피는가 보다
-명절 밑 호박전 부치는 노인정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