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코가 즐거운 하루
초여름
이른 새벽에 피웠던 파란 달개비 꽃이
가을 깊은 마당에
밤 비 맞아 더 깊어진 파란 하늘 시샘하듯
떨어진 낙엽 이불 덮고 작은 얼굴을 내 밀었습니다
지천에 구절초 감국 쑥부쟁이
널려 국화향 가득한데
파랗다 못해 보랏빛 달개비 꽃이 찾아 왔습니다
따스한 가을 햇 빛
청명한 가을 하늘 안 부럽다 뽐 내는 그 꽃은
이제 제법 한기 느껴지는 가을 바람 버려두고
찰나의 순간에 즐거움을 주듯
아무도 찾는이 없는 들국화 사이에 피웠습니다
들국화의 곧고 순수한 향이 십리를 날아 가듯이
된서리 맞고 핀 들국화 향에 묻혀
귀 밑 흰머리 만큼 어린 그리움을 날려 보낸지
얼마인데
달개비 꽃 잎 하나
붉게 물든 낙엽들과 동무하며 자웅을 겨루면
들국화 향 묻혀 날려보낸 그리움은
어느새
다시 내 의자 곁 책 갈피에 살며시 다가와 있다
가을
가을이라 꽃들도 그런가 봅니다